돌아보면 지난해 정기 인사 역시 상당히 이례적이란 평가를 받았다. 해마다 7월이면 실시하던 인사가 두 달이나 미뤄졌다. 그런데 올해는 예년보다 시기적으로 두 달가량 앞당겨졌고, 1년 임기를 보장하는 차‧부장 검사 인사 원칙에 비춰 볼 땐 넉 달이나 단축됐다.
작년 인사가 지연된 배경에는 이해할 수 있는 측면이 있다. 당시 한동훈(사법연수원 27기) 법무부 장관은 ‘대검찰청 반독점과’ 및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2부’ 신설을 함께 추진하고 있었다. 전부 행정안전부와 사전에 직제 개편안에 대해 협의해야 하는 사항들이다.
한 전 장관은 새 직제에 맞춰 검찰 인사를 내고 싶어 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상민(연수원 18기) 행안부 장관이 ‘10‧29 이태원 참사’ 책임론이 불거지며 국회로부터 탄핵 소추를 받아 직무가 정지된 상태였다. 7월 25일에서야 헌법재판소가 탄핵 심판 청구를 기각하면서 장관직에 복귀했다.
우여곡절 끝에 지난해 9월 인사가 났다면 1년 후인 올 9월에 인사를 하면 된다. 마침 9월에는 이원석(27기) 검찰총장 임기 또한 끝난다. 이 총장 임기 만료 시점에 새로 취임할 후임 검찰총장 의견을 수렴해 인사를 내면 되는데, 결국 물러날 총장이 인사를 해놓고 나가는 모양새가 됐다.
넉 달 뒤 신임 검찰총장은 전임 총장이 이끌던 검찰 조직과 여덟 달 이상 불편한 동거를 하게 된 셈이다. 이 총장이 박성재(17기) 법무부 장관에게 인사시기를 늦춰달라고 요청한 데는 바로 이 같은 판단이 작용했다고 한다.
때문에 대통령실이 이 총장을 불신임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지금 총장이 자진 사퇴하면 다음 총장과 이번에 다시 세팅된 검찰 조직이 서로 보조를 맞추면 된다는 것이다. 이미 윤석열 대통령이 점찍어둔 후임 총장감이 있다는 말까지 흘러나온다.
검찰 인사를 두고 정치적인 오해를 받지 않기 위해 김건희 여사의 명품 백 수수와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 등 주요 현안을 수사하는 수사팀은 교체하지 않았다. 이런 연유에서인지는 몰라도 생각 외로 검찰 내부 반발은 크지 않은 상황이다. 문재인 정부 시절 매번 검찰 인사를 놓고 학살이니 검란(檢亂)이니 살벌한 표현들이 등장할 때와는 사뭇 분위기가 다르다.
지난해 인사에서 승진한지 8개월 만에 또 승진했는데 무슨 불만이 있겠느냐는 우스갯소리마저 들린다. “승진했으면 좋은 거지”라는 소감이 아직 귓가에 생생하다. 부담스런 자리에서 벗어난 기쁨을 숨기지 못하고 정말 좋은 듯 호탕하게 웃던 모습이 특히 눈앞에 선하다.
갑작스런 인사 아니냐는 취재진 질문에 “수사는 수사고 인사는 인사”(지난달 14일 서초동 대검 본관 앞 이원석 검찰총장), “이번 인사로 수사가 중단됐나요?”(같은 달 16일 정부 과천청사 출근길 박성재 법무부 장관)라고 대답한 검찰‧법무 양대 수장들이다. 이들의 답변처럼 이 총장 남은 임기 동안 검찰이 좌고우면하지 않고 정도(正道)를 걸어갈지 아니면 ‘부활한 민정수석 라인에 포위된 검찰총장 패싱’ 얘기가 들릴지는 조금 더 두고 보면 알게 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