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덕배의 금융의 창] 꿈틀대는 수도권 아파트 전세대란

입력 2024-06-20 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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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천대 경제학과 겸임교수·금융의 창 대표

고금리 지속에 매매시장 전세전환
다세대등 非아파트 수요 촉진하고
세입자 보호 서민주거안정 꾀해야

지난해 하반기부터 서울·수도권 지역의 전세가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작년 7월부터 올해 5월까지 아파트 전세가격은 수도권은 3.6%, 서울은 4.6%, 서울 강남지역 11구는 5.5% 상승하였다. 전세 사기로 빌라 등 비아파트에 대한 보증금 미반환 우려가 이들 지역의 아파트 수요로 몰린 점도 작동했다. 일각에서는 4(2+2)년 차 임대차 3법의 부작용도 작용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 이들 지역의 아파트 전세가 상승세가 좀처럼 멈추지 않을 것 같은 가운데 아파트 전세대란 우려감마저 나타난다.

이러한 현상은 전세 사기나 임대차 3법 등보다 근본적으로 서울·수도권 지역의 매매시장 불안정 때문이다. 2021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금리인상 여파로 주택 구매의 위험성이 커진 데다 향후 아파트 입주 물량도 큰 폭으로 줄어들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잠재 주택구매자의 불안감이 커지면서 구매보다는 ‘일단 두고 보자’라는 심정으로 전세를 찾고 있다.

우리가 우려하는 것은 전세가 상승이 매매가 상승압력으로 작용하면서 주택시장이 다시 불안해지는 것이다. 실제 지난해 하반기부터 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이 뚜렷한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전세시장의 불안은 가뜩이나 어려운 서민의 살림살이를 더 어렵게 만들 수 있다. 따라서 전세대란을 피하기 위해서는 지금의 매매를 대신한 전세 수요 급증에 대한 적절한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첫째, 아파트 매매가 이루어질 수 있는 제도 마련이 시급하다. 세제와 금융상의 다양한 혜택을 통한 통상의 매매 활성화 정책은 자칫 주택매도자의 주택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현 상황에서 매매 수요를 늘리기 위해서는 수요자와 공급자가 모두 인정하는 가격으로 주택을 사고팔 수 있는 정책이 중요하다. 우리나라 아파트 매매시장에서는 암묵적으로 분양가라는 가격 하한선과 일정 수준 이하로 매도하는 것을 제약하는 보이지 않는 카르텔이 존재한다. 정부는 여러 전문가의 의견과 시장조사를 통해 탄력적인 가격으로 매매할 수 있는, 즉 시장원리가 작동하게끔 제도 마련이 절실하다.

둘째, 전세 수요의 수급을 조절해야 한다. 재개발·재건축의 속도 조절을 통해 이주에 따른 전세 수요 급증 현상을 완화하고, 미분양아파트 등 주택 재고 물량을 전세 수요로 대체하는 방안을 고민하여야 한다. 특히 수도권이라도 외면받는 지역의 도시 공공시설과 교통, 교육 및 주거환경을 위한 인프라를 확충해 이 지역의 미분양아파트를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효율적이고, 현실성 있는 전세 사기 대책을 서둘러 마련해 연립·다세대 빌라 등의 비(非)아파트 전세 수요를 살려야 한다.

셋째, 서민 주택수요자의 ‘주거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정책을 강화하여야 한다. 현재 체감경기 침체 상황에서 서민의 주거환경이 극도로 악화하고 있다. 특히 고령자 및 다세대·다가구주택의 생계형 주택소유자의 주거환경이 매우 열악하다. 최근 임대차 3법이 곧 4년이 되어 임대료가 한 번에 큰 폭 상승할 것을 우려한 정부는 3법 중 2법(계약갱신청구권, 전월세상한제) 을 폐지 내지 수정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2+2년’ 만기 매물이 쏟아지면서 집주인들이 가격을 크게 올릴 수 있다는 주장은 기우이며, 자칫 서민 세입자의 보호막을 걷어내 또 다른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그리고 이전 정부에서 나온 렌트푸어 대책 즉, 집주인이 금융회사에 전세보증금을 대출받고 대신 세입자가 이자를 지급해 세입자의 임차료 부담을 크게 낮춘 ‘목돈 안 드는 전세’ 아이디어를 현실적이고 정교하게 다듬어 한국형 서민 임대제도의 모범사례로 만들어 볼 필요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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