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서 열광하는 ‘범죄팬덤’...그 배경은

입력 2024-06-29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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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사법 시스템 불공정 인식에 확산
온라인상 과장된 음모론 위험 고조

▲실제 범죄 수사를 체험할 수 있는 행사 크라임콘(Crimecon) 홈페이지에 “수사를 도와준 형사님들에게 감사하다”는 인사가 적혀있다. 출처 크라임콘
▲실제 범죄 수사를 체험할 수 있는 행사 크라임콘(Crimecon) 홈페이지에 “수사를 도와준 형사님들에게 감사하다”는 인사가 적혀있다. 출처 크라임콘

살인 사건을 해결하는 데 도움을 주신 모든 형사님께 감사드립니다!

언뜻 보면 형사에게 건네는 말 같지만, 실상은 범죄 체험 행사 ‘크라임콘 (Crimecon)’에 참가한 일반 시민들에게 표하는 인사다. 약 5000명이 350 달러(약 48만 원)를 내고 참가하는 이 행사에서는 실제 사건을 재구성해 시민들이 직접 수사할 수 있다. 영국 경제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이 행사 참가자들을 ‘트루 크라임 팬덤(True-crime fandom)’이라고 표현하면서 범죄 체험 행사가 성행하는 배경을 분석했다.

미국에서는 ‘트루 크라임 (True-crime)’ 장르가 유행하고 있다. 트루 크라임은 실제 범죄 사건을 바탕으로 한 콘텐츠 장르다. 실제 사건의 범죄 기록, 인터뷰, 수사 과정 등을 사실적으로 다룬다. 경찰 보고서, 법정 기록 등의 자료를 기반으로 책, 다큐멘터리, 팟캐스트 등을 제작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왼쪽부터 트루크라임 장르 팟캐스트인 ‘팸에 관한 이야기’, ‘레이첼 매도우의 백맨’, ‘사우스 레이크’ 시리즈 홍보용 아트. 출처 AP뉴시스
▲왼쪽부터 트루크라임 장르 팟캐스트인 ‘팸에 관한 이야기’, ‘레이첼 매도우의 백맨’, ‘사우스 레이크’ 시리즈 홍보용 아트. 출처 AP뉴시스
미국 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센터에 따르면 2022년 애플과 스포티파이에서 가장 인기 있는 팟캐스트의 4분의 1이 트루 크라임 장르였다. 시장조사기관 유고브는 설문 응답자 3분의 1이 일주일에 한 번 이상 트루 크라임 콘텐츠를 소비한다고 전했다. 미국에서 트루 크라임 장르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자, 미디어 회사 레벨리미디어는 ‘크라임콘’ 행사를 출범했다. 이 행사에서는 범죄 전문가와 직접 만나 ‘법곤충학’ 같은 강연을 듣거나 미제 사건의 새로운 단서를 찾는다. 2017년 미국 인디애나폴리스에서 처음 시작해 큰 인기를 끌었고, 이후 정기적 행사로 자리잡아 미국과 영국 여러 도시에서 개최되고 있다.

주목할만한 건 ‘여성 팬덤’이다. 유고브는 여성들이 트루 크라임 장르의 가장 열렬한 팬이라고 덧붙였다. 뉴욕주립대학교버팔로캠퍼스의 데이비드 슈미드 교수는 “형사·사법 시스템이 공정하게 작동하지 않는다는 인식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여성들이 분노했던 미투 운동과 조지 플로이드의 사망 등의 사건으로 이러한 현상이 더 심화됐다”고 풀이했다. 한 팟캐스트 연구원은 “해결된 범죄보다는 억울한 유죄 판결에 대한 콘텐츠가 더 많이 제작되고 있다”고 말했다.

▲미제 사건을 다룬 팟캐스트 시리즈 ‘유어 오운 백야드(Your Own Backyard)’ 홈페이지. 출처 유어오운백야드
▲미제 사건을 다룬 팟캐스트 시리즈 ‘유어 오운 백야드(Your Own Backyard)’ 홈페이지. 출처 유어오운백야드
트루 크라임 팬덤은 단순한 ‘관찰자’ 역할로 끝나지 않는다. 일부 팬덤은 용의자를 찾아내거나 경찰에 압력을 가하는 등 수사의 방향을 바꾸기도 한다.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대표적인 트루 크라임 장르의 팟캐스트 ‘시리얼(Serial)’은 1999년 미국 메릴랜드주에서 전 여자친구를 살해한 혐의를 받은 아드난 사이드의 무죄를 입증했다. 2019년에는 프로듀서로 알려진 크리스 램버트가 1996년 캘리포니아주에서 실종된 19세 크리스틴 스마트를 다룬 팟캐스트 시리즈 ‘유어 오운 백야드(Your Own Backyard)’를 제작했다. 해당 팟캐스트가 인기를 끌면서 사건이 재조명됐고, 새로운 증언과 증거가 등장해 경찰이 범인을 체포하기도 했다.

▲소셜미디어 플랫폼 ‘레딧’의 서브레딧 중 하나인 트루크라임 게시판 로고. ‘레딧수사국’이라는 비공식적인 용어로 불린다. 출처 레딧
▲소셜미디어 플랫폼 ‘레딧’의 서브레딧 중 하나인 트루크라임 게시판 로고. ‘레딧수사국’이라는 비공식적인 용어로 불린다. 출처 레딧
다만, 대중들로부터 범죄 단서를 얻는 ‘크라우드소싱(Crowdsourcing)’의 한계도 분명하다. 미국 인기 소셜미디어 플랫폼 레딧에는 ‘레딧 수사국’이라고 불리는 트루 크라임 팬덤 커뮤니티가 있다. 약 75만 명의 회원이 활동하는 이곳에서는 미제 사건의 단서와 정보를 공유한다. 하지만 수사권이 없는 네티즌들은 부족한 부분을 상상에 기반해 ‘음모론’을 생성한다. 일례로 2013년 미국 보스턴 마라톤 폭탄 테러의 용의자를 오인해 신상을 유포하는 일이 있었고, 2022년에는 미국 아이다호대학교의 한 교수가 자신이 캠퍼스 내에서 4명의 학생을 살해했다고 주장한 한 틱톡커를 고소하기도 했다.

트루 크라임 팬덤 커뮤니티 중 하나인 웹슬루스의 매니저 트리샤 그리피스는 “인터넷상에는 상당수의 음모론자들이 있다”며 “온라인상에서 그 누구도 사건을 직접 해결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녀는 “트루 크라임 팬덤들이 틀 밖에서 생각하는 능력은 높이 평가한다”면서도 “물론 경찰은 절대 인정하지 않거나 감사해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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