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肝)’은 우리 몸 대사 작용을 담당하는 장기로, 스트레스와 피로물질을 해소하고 필요한 에너지를 저장하는 기능을 맡는다. 간은 다양한 인체의 다양한 기능을 담당하지만, 관련 질환도 많다. 최근에는 간 질환 관련 사망자도 증가하고 있으며, 그중 하나가 지방간이다.
지방간은 과도한 음주에 의한 ‘알코올성 지방간’과 음주와 약물 등 별다른 원인 없이 생기는 ‘비알코올성 지방간’으로 구분된다.
28일 대한간학회에 따르면 ‘지방간’은 이름 그대로 간에 지방이 많이 낀 상태다. 간 무게의 5% 이상이 지방으로 쌓이게 되면 ‘지방간’으로 진단한다. 비알코올성 지방간은 하루에 40g(4잔) 이하의 음주를 하는 사람에게 생기는 지방간을 말한다.
비알코올 지방간질환은 한가지 병이라기보다 염증을 동반하지 않는 단순 지방간에서부터 만성 간염, 간경변증에 이르는 다양한 형태의 간질환을 포함한다. 단순히 지방만 끼어 있고 간세포 손상은 없는 가벼운 지방간, 간세포 손상이 심하고 지속되는 지방간염, 심지어는 복수나 황달 등을 동반하는 간경변증(간경화)이 생기는 경우까지 병의 정도는 매우 다양하다.
대한간학회에 의하면 비알코올 지방간질환의 유병률은 인구집단의 특성에 따라 다양하며, 일반인의 10~24%, 비만인의 58~74%까지 보고되고 있다.
최근엔 간암의 주요 원인인 B형 간염은 감소 추세인 반면, 비알코올성 지방간은 점차 증가하고 있다. 의학전문가들은 향후 10년 후에는 비알코올성 지방간이 간암의 주 원인이 될 수도 있을 것으로 조심스레 전망하고 있다.
실제로 국내 비알코올성 지방간 환자는 증가하는 추세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를 보면 국내 비알코올성 지방간 진료인원(입원·외래)은 2018년 31만8325명에서 2022년 40만7719명으로 5년간 약 9만 명이 증가했다.
강균은 에이치플러스 양지병원 소화기내과 전문의는 “비알코올성 지방간은 술과 상관 없이 지방을 많이 섭취하는 식습관이나 간에서 지방이 많이 합성되거나 배출이 원활하지 않아 발생한다”면서 “특히 배달 음식과 육류 중심 식생활 습관이 강한 2030 젊은 세대의 비알코올성 지방간 위험성은 높아질 수 있어서 유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간 자체로는 대부분 증상이 없다. 그러나 지방간이 심해지면 간암과 대장암 관상동맥질환 발생 위험은 높아질 수 있다. 서구화된 식습관과 운동 부족 및 비만, 당뇨병, 고지혈증 등이 ‘비알코올성 지방간’의 위험 요인이며 여성 호르몬제와 스테로이드 약물의 장기 복용도 영향을 줄 수 있다.
강균은 전문의는 “우측 상복부 불편감/복통, 복부 부종, 피로감, 소화불량, 식욕부진, 무기력감 등이 지속되면 비알코올성 지방간을 의심할 수 있고 장기간 방치하면 만성 지방간염으로 진행되어 간경변과 간암으로도 발전할 수 있어서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지방간 진단을 위한 검사는 혈액을 통한 간기능 검사와 초음파검사, 컴퓨터단층촬영(CT), 자기공명영상촬영(MRI) 등의 검사로 진단에 도움이 될 수 있고 간혹 확진 되지 않는 경우 간생검 조직검사를 시행할 수 있다. 비만과 당뇨병, 고지혈증 등 대사질환이 있다면 더욱 신경 써야 한다.
비알코올성 지방간 치료제로 현재까지는 승인된 의약품이 없었지만, 지난 3월 미국 식품의약청(FDA)이 갑상선 수용체 작용제인 레즈디프라를 ‘미충족 의료 수요’(unmet medical need) 규정에 따라 비알코올성 지방간 치료제로 ‘신속 승인’(accelerated approval) 한 바 있다.
강균은 전문의는 “비알코올성 지방간은 이처럼 대사성 질환을 동반하는 사례가 많아 심혈관 질환으로 인한 사망 확률도 높은 만큼 생활 속 관리를 통한 예방이 중요하다”며 “가장 중요한 예방은 적절한 체중 유지와 운동이다. 근력운동과 유산소 운동을 꾸준히 병행하는 것이 좋고 과다한 당질 섭취를 줄이고 저지방 식사 등 식단 관리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