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무역은 국내총생산(GDP)과 소득을 증가시키는 반면, 관세와 같은 무역장벽은 반대로 경제 성장과 고용을 감소시킨다. 관세는 기업과 소비자의 가격 부담을 증가시키고, 상품과 서비스의 가용 수량을 줄인다. 그 결과로 GDP와 고용은 감소하고, 경제 성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은 역사적으로 증명되었다. 오랫동안 관세는 무역 상대국을 공격하는 무기로 취급되었고, 국가들은 관세를 낮추거나 없애기 위해 노력해 왔다. 그러나 이러한 논리가 무색하게 지난 몇 년 동안 미국에서 관세는 가장 인기있는 무역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지난 2018~2019년 당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미중 무역분쟁 중에 약 30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관세를 부과했다. 이 관세로 인해 미국 가정의 평균 비용이 연간 419달러 증가한 것으로 뉴욕 연방준비은행의 보고서는 추산했다. 이 금액은 중국의 보복 관세, 물가 상승에 따른 실질소득 감소, 소비자의 선택권 축소와 같은 추가적인 피해를 고려하지 않았다. 흥미로운 점은 트럼프의 관세 전쟁으로 올해 3월까지 미국 관세청이 징수한 관세 총액은 약 2330억 달러이며 한화로는 300조 원이 넘는 것으로 미국 조세 재단(Tax Foundation)은 분석했다.
한편 바이든 대통령은 2020년 대선에 출마했을 때 당선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이 부과한 관세를 철폐한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당선 후 그는 트럼프의 관세를 거의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11월 대선을 앞두고 중국을 압박하기 위해 지난 5월에 반도체, 전기차, 태양전지, 철강과 알루미늄 등 180억 달러 상당의 중국산 수입품에 고율의 추가 관세를 부과한다고 발표했다. 바이든 정부의 관세는 특정 품목에 대한 표적 관세의 성격을 띄고 있어 트럼프의 보편적인 관세와 다르다. 하지만 바이든 정부도 관세를 부과하는 것에 주저하지 않는다.
여기에 더해 당선 가능성이 높아진 트럼프는 모든 중국산 수입품에 60%의 관세를 부과할 예정이다. 아울러 전 세계 수입품에 10%의 보편관세를 부과하는 강도 높은 관세정책을 제안했다.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는 기존 관세와 트럼프가 제안한 관세의 영향으로 미국 중산층 가정은 연간 1700달러의 추가 비용을 부담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리고 조세 재단은 트럼프의 관세 계획이 시행되면 연간 5240억 달러의 세금 인상, GDP 최소 0.8% 감소, 68만4000개의 일자리 감소를 예상한다.
여기서 드는 근본적인 의문은 이 관세가 누구를 위한 것인가다. 중국산 수입품에 부과한 관세는 중국 상품을 수입하는 미국 기업이 상당 부분 먼저 부담한다. 그리고 그들은 가격 인상을 통해 비용의 일부를 미국 소비자에게 전가한다. 즉 미국의 대중국 관세를 중국이 아닌 미국 기업과 소비자가 부담하는 것이다. 결국 수입품의 가격 인상은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고 미국 소비자들은 관세부과 전보다 더 높은 가격을 지불해야 한다. 지난 몇 년 동안 미국 소비자들이 경험한 높은 물가 수준을 고려하면 관세가 물가 상승의 일부 원인이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트럼프와 바이든 정부는 관세정책에 대한 공통점을 갖고 있다. 세부 사항에 있어서는 다른 접근법을 취하고 있지만 수입품에 세금을 부과하는 것을 국정운영의 핵심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다. 미국 정부에 있어서 관세는 정파를 초월한 무역 수단임에 틀림없다. 물론 관세가 국내 산업을 보호하고 성장시키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리고 관세가 미국 공급망을 강화하고 중국의 불공정한 무역 관행으로부터 미국 소비자와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점도 분명하다.
그러나 관세는 상품과 서비스의 가격을 인상하고 경제적 타격을 초래하므로 제한적으로 사용하거나 사용을 자제해야 한다. 이는 수십 년 동안 정치 지도자들 사이에서, 그리고 그보다 더 오랫동안 경제학자들 사이에서 합의된 이론이다. 대중국 전략 수단인 관세가 고스란히 미국 국민의 부담으로 돌아온다면 이런 관세가 왜 필요한지 의문이 생기는 것은 당연하다. 11월 미국 대선의 승자가 관세를 어떻게 사용하느냐 문제는 미중을 넘어 글로벌 경제에 초미의 관심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