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바우처 지원 전년 대비 39%↓…ICT R&D 혁신 바우처 92%↓
산업계 "AI 도입지연 불가피해, IT 인프라 투자 줄면 업계 경직"
정부의 연구개발(R&D) 예산 삭감 영향으로 국가별 인공지능(AI) ‘소버린(Sovereign·주권) AI’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국내 기업들이 소버린 AI 필요성을 공감하며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정부의 지원 예산은 오히려 깎여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12일 IT 업계에 따르면 올해 ‘데이터 바우처’ 지원사업 예산은 지난해 대비 48% 줄어 들었다. 데이터 바우처 지원사업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데이터산업진흥원이 데이터 구매 및 가공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이 사업의 예산은 2022년 1241억 원에서 2023년 894억 원, 2024년 463억5000만 원으로 3년 연속 감소했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관련 사업은 정부 주도의 비용 직접 지원에서 민간 참여 기업의 자생적 성장 지원으로 방식을 단계적으로 개편 중”이라며 “생성형 AI 시대를 맞이해 데이터 수요 또한 변화하고 있어 노동 집약적 라벨링 중심의 데이터 수요가 증가하는 등 데이터바우처 지원 방식에도 변화가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AI 바우처 지원사업’도 예산 삭감의 칼날을 피하지 못했다. 올해 AI 바우처 지원사업 예산은 425억 원으로 전년도 예산(700억 원)보다 39% 쪼그라들었다. AI 바우처 지원사업은 AI 제품·서비스 적용이 필요한 수요기업이 바우처를 통해 AI 솔루션을 살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업이다. 공급기업은 AI 솔루션에 대한 대금을 받을 수 있다. 해당 사업은 과기정통부와 정보통신산업진흥원이 운영한다.
가장 많은 예산이 삭감된 건 ‘정보통신기술(ICT) R&D 혁신 바우처’ 지원사업이다. 올해 ICT R&D 혁신 바우처 예산은 19억2000만 원이다. 전년도 예산 402억 원에서 약 95%가 줄어든 셈이다. 2022년 예산은 543억 원이었다. 이에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올해 예산에 신규 과제 반영이 아직 진행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ICT R&D 혁신 바우처 지원사업은 12대 국가전략기술, 5세대(5G), 빅데이터 등 핵심 기술 융합과 신시장 진출을 목표로 한다. 과기정통부와 정보통신기획평가원이 진행하는 사업이다. 관련 사안에 정통한 관계자는 “지난해 정부의 R&D 예산이 줄어들면서 삭감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현장에서는 정부의 예산 축소로 인해 산업계 AI 도입 지연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한 AI 업계 관계자는 “IT 인프라에 대해 거시적인 투자가 줄게 되면 IT 업계 자체가 경직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과기정통부가 발표한 2023년 데이터산업 현황조사에 따르면, 데이터 거래 시 기업이 맞닥뜨리는 가장 큰 애로사항은 ‘구매 데이터의 가격 부담’(39.4%, 복수응답 가능)이었다. 기업이 가장 필요로 하는 데이터 산업 관련 정책은 ‘세제 혜택 지원’으로 53.6%를 기록했다. 문형남 숙명여대 글로벌융합학부 교수는 “AI 및 데이터 기술은 산업의 혁신과 성장을 이끄는 핵심 요소”라며 “예산 축소는 산업 성장과 경제 발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