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상황에서도 홀로 승승장구하는 중소기업 산업군이 있다. ‘K뷰티’ 열풍을 다시 주도하고 있는 중소·벤처 화장품 기업들이다. 이들은 아모레퍼시픽이나 LG생활건강과 같은 1세대 K뷰티 주역들이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와 코로나를 지나오며 힘없이 무너지는 상황에서도 생소한 브랜드 인지도를 제품 기술력으로 극복하며 해외에서 더 인기를 끌고 있다.
국내 중소 화장품 기업이 1세대 뷰티 기업들처럼 자본력이 충분하지 못함에도 과감히 수출에 나설 수 있었던 것은 해외에 직접 매장을 개장하는 것이 아니라 아마존과 같은 해외 대형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영업을 강화한 데 있다. 이와 더불어 코로나 기간을 거치며 더욱 세분화한 소비자들의 수요에 맞춰 니치마켓(틈새시장) 제품을 공략한 것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중소기업의 화장품 수출 호황은 전체 중소기업 수출 감소를 방어하는 데 일조했다. 지난해 국내 전체 화장품 수출은 대중국 수출이 2022년보다 23% 줄었음에도 오히려 6% 넘게 성장했다. 미국과 영국, 일본, 베트남 등으로 다변화하면서 성장세를 이룬 결과다. 특히 중소기업 화장품 수출은 2022년 대비 20% 넘게 증가하며 연간 기준 역대 최대인 54억 달러의 실적을 기록했다. 이러한 성과는 올해 상반기에도 이어져 상반기에만 33억 달러의 수출 성과를 올렸다. 작년보다 31% 늘어난 수치다.
중소 화장품 기업의 수출 성과가 고무적이라고는 하나 전체 중소기업 수출로 보면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은 요원하다. 최근 10년 이상 중소기업 수출액은 1100억 달러 부근에서 등락을 반복하고 있고 매년 수출하는 중소기업 수도 9만 개 중반 내외에서 성장이 정체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에 주무 부처인 중소벤처기업부는 수출 중소·벤처기업이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한 만큼 수출 지원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중기부에 따르면 수출 중소기업은 전체 중소기업의 평균 대비 매출은 17.2배, 고용은 5.1배의 월등한 성과를 내고 있다.
30년 이상 외교관 경력을 가진 오영주 장관은 그의 전문성을 살려 올해 초 중소기업의 글로벌 수출 역량 강화를 위한 전략을 각계 전문가들과 수립하기 시작해 5월 종합 대책을 내놨다. 그간 정부 정책의 부족한 점을 보완하고 중소기업의 글로벌 진출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정책을 새로 발굴하는 데 중점을 뒀다.
종합 대책의 일부를 보면 2027년까지 혁신형 중소기업, 성능인정기업, 팁스(TIPS) 기업 등 혁신성을 인정받은 내수기업 1000개를 수출기업으로 육성하고, 수출 100만 달러 기업 3000개를 육성한다. 이를 위해 제품 수출에만 초점을 뒀던 정책을 개편해 기업의 해외 진출 지원까지 과감히 확장하고 유망 스타트업을 글로벌 투자자와 연계하는 등의 프로그램도 신설한다. 무엇보다 중소기업 글로벌화를 지원하는 국내외 지원기관을 하나로 연계·협업하는 지원체계를 구축하고 외교부와 재외공관 등 부처·기관 간 연결을 통해 성과 중심 정책으로 개편했다. 이러한 종합 대책과 관련한 성과는 하나둘 나타나고 있다.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꾸준히 이어지지 못하면 효과는 반감할 수밖에 없다. 지속적인 지원이 이어져 중소기업계의 수출 동력이 끊기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spdr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