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와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이 10일(현지시간) '포괄적전략동반자관계'(CSP·Comprehensive Strategic Partnership)를 수립했다. 대북 문제 등에서 더 긴밀히 연대하고, 경제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할 전망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아세안 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이같은 내용을 담은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아세안은 싱가포르, 베트남, 필리핀, 태국, 라오스 등 동남아 10개국이 참여한 연합체로 지역 안보·경제 핵심 축이다. 한국과 아세안의 관계 격상은 1989년 한-아세안 대화 관계 수립 이후 35년 만에 이뤄진 최상위급 파트너십이다. 우리나라는 2004년 '포괄적협력동반자관계', 2010년 '전략적동반자관계'를 수립하며 협력을 강화해 왔다.
윤 대통령은 3년 연속 아세안 관련 정상회의에 참석했다. 이날 윤 대통령은 정상회의 모두발언에서 "한국과 아세안은 협력을 한층 도약시키기 위해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를 수립한다"며
"최고 단계의 파트너십을 바탕으로 한국과 아세안은 새로운 미래의 역사를 함께 써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은 아세안 중시 외교를 이어가는 가운데 공동 번영의 파트너로서 전방위적이고 포괄적인 협력을 추진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이어 "이행 2년차를 맞이한 한-아세안 연대 구상을 중심으로 아세안과 협력의 공동분모를 넓혀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한-아세안은 이번 관계 격상을 통해 정치·안보, 경제, 사회·문화 3개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할 예정이다. 정치·안보 분야에선 11월 한-아세안 첫 국방장관 대면 회의를 개최하고, 아세안의 사이버안보 역량 강화 지원 등 안보 협력 수준을 높일 전망이다.
경제 협력도 강화한다. 1989년 이후 한국과 아세안의 교역 규모는 23배, 투자 80배, 인적 교류는 37배 이상 확대됐다. 앞으로 △한-아세안 싱크탱크 다이얼로그 출범 △한-아세안 디지털 혁신 플래그십 착수 △스마트 시티 협력 등을 추진할 예정이다. 또 '한-아세안 메탄행동 파트너십(PARMA)'의 첫 시범사업으로 '메탄감축 협력 사업(AKCMM)'도 검토한다. 친환경 디지털 미래 구축을 위한 스마트 시티, 스마트 모빌리티 지원 사업도 진행한다. 사회·문화 분야에서는 앞으로 5년간 아세안 출신 학생 4만 명에 대한 연수 사업을 추진한다. 이공계 첨단분야(STEM) 장학생 사업도 포함된다.
또 이번 공동성명에는 '남중국해에서 평화, 안정, 안보, 안전 그리고 1982년 유엔해양법협약(UNCLOS)을 포함한 국제법에 따른 항행·상공비행의 자유를 유지하고 증진하는 것의 중요성을 지속 확인한다'는 선언이 담겼다. 남중국해에서 벌이는 중국의 군사 활동을 견제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은 "국방, 군수 협력을 발전시키고 아세안의 사이버 안보강화에 기여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교역과 투자 중심의 협력을 인공지능(AI), 환경, 스마트 시티와 같은 미래분야로 확장시킬 것"이라며 "인적 교류와 교육 프로그램을 확대해 4차 산업혁명 주도할 미래인재를 함께 육성해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아울러 "전 세계는 아세안의 다양성, 젊고 활기찬 인구, 풍부한 차세대 에너지 자원에 주목하고 있다"며 "아세안이 역동적으로 발전하고 번영을 이어가는 여정에 대한민국이 늘 함께하겠다"고 부연했다.
또 북한에 대해선 "북한 핵 위협이 존재하는 한, 한국과 아세안의 진정한 평화는 달성할 수 없다"며 "북한의 핵 도발을 결코 용인하지 않겠다는 우리의 단합된 의지와 행동만이 역내 평화를 보장한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8월 자유롭고 열린 통일 한반도전을 담은 '통일 독트린'을 발표했다"며 "동북아시아는 물론, 아세안을 포함한 인태지역 구성원 모두의 평화와 반영에 기여하는 통일 한반도를 달성할 수 있도록 아세안이 함께 힘을 모아줄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라오스에서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첫 정상회담을 개최한다. 캐나다·호주·라오스·베트남·태국 정상 등과도 양자회담을 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