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상증자 대신 급증하는 자사주 소각...주주가치 제고 문화 자리 잡아가나

입력 2024-10-16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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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여의도 증권가 (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서울 여의도 증권가 (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올해 국내 상장사의 자사주 소각 결정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초 정부의 밸류업프로그램 등의 영향으로 상장사들이 주주 가치 제고 문화에 힘쓴 결과로 풀이된다.

1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국내 상장사 주식소각 결정 공시는 유가증권시장(코스피)은 83건, 코스닥 시장은 55건으로 총 138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코스피 59건·코스닥 41건)보다 각각 24건, 14건 많은 수치다. 올해 시장 거래일이 2개월 넘게 남은 만큼 이 수치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상장사의 자사주 소각은 대표적 주주 친화 정책이다. 상장사의 발행 주식을 소각함으로써 유통주식 수를 감소시켜 상장사의 주당순이익(EPS)이 높아지게 되며, 자기자본이익률(ROE)도 끌어올릴 수 있다. 특히 기존주주의 지분가치가 올라 주주가치를 제고하는 방법의 하나로 꼽힌다.

이전엔 기업의 자본잉여금으로 신규 주식을 발행하는 무상증자 등을 주주 친화 정책으로 꼽고 이를 시행했으나 최근엔 자사주 소각이 이를 대신하고 있다.

이는 연초 정부의 밸류업 정책의 약발이 먹혀든 영향으로 분석된다. 매년 6월 밸류업 지수 정기 구성종목 변경(리밸런싱) 기대감도 있다. 거래소는 11월 중 밸류업 상장지수펀드(ETF)를 출시할 예정이며, 편입 종목에 대한 의문 제기에 연말 리밸런싱도 검토 중이다.

상장사들의 자사주 소각 규모도 커졌다. 특히 밸류업 정책으로 인해 대표적 정부 규제 산업인 금융권의 소각 규모가 크게 늘었다.

KB금융의 경우 올해에만 약 1조500억 원 규모의 자사주를 소각했다. 신한지주와 하나금융지주는 각각 6000억 원, 3000억 원 소각했으며, 우리금융지주도 2600억 원 규모의 자사주를 소각했다.

최근 경영권 분쟁 중인 고려아연도 2조6000억 원 규모의 자사주를 소각한 점도 규모가 크게 늘어난데 큰 역할을 했다.

한편, 금융투자 업계에선 밸류업 지수 편입 종목에 대한 논란이 있지만 밸류업을 통해 기업들이 주주가치를 제고하는 문화가 자리 잡아가고 있어 긍정적이라는 평가다.

김중원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그간 우리나라는 주주환원에 있어서 배당성향은 35%를 얘기하면서 자사주 매입 및 소각은 4%로 사실상 전무했다"면서 "주주환원 개념을 제대로 확대돼서 적용하는 게 밸류업의 핵심이고 이런 부분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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