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우크라 파병 앞두고 북한군에 장비 보급…한글 설문지도 등장

장비 보급 위한 치수 설문지 한글로 배포
공개된 영상서 한국어 대화도 확인돼
젤렌스키 “세계 대전 향한 첫 단추” 우려
북한 국제 분쟁 개입 첫 대규모 참전

▲블라디미르 푸틴(왼쪽) 러시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6월 19일 북한 평양에서 문서를 교환하고 있다. 평양/스푸트니크AP연합뉴스

북한군의 우크라이나 파병을 앞두고 러시아가 장비를 보급하고 있다는 현황이 구체적으로 드러났다.

CNN방송은 19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정보기관 전략소통·정보보안센터(SPRAVDI)로부터 현재 러시아 극동 훈련장에서 군복과 장비를 받는 북한군 모습이 찍힌 동영상과 군복을 보급하기 위한 한글 설문지 사본을 입수했다고 보도했다.

해당 설문지는 러시아가 파병된 북한 군인들에게 모자, 군복, 군화 등 피복을 원활하게 지급하기 위해 마련된 것이다. 상단에는 러시아어와 한국어가 병기돼 있으며, 다양한 사이즈 옵션은 전부 한국어로 적혀있었다. 옷 치수를 나타내는 규격이 다른 것을 감안한 듯 러시아식 치수와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한 뒤 ‘조선씩 크기(북한 사이즈)’를 체크하도록 공란으로 뒀다.

함께 공개된 영상에는 북한 군인들이 러시아 극동 훈련장에서 군복과 장비를 받는 것으로 추정되는 모습이 담겼다. 촬영본에는 “거 넘어가지 말라우”, “나오라, 야” 등 북한식 억양의 한국말도 들리는 것으로 확인됐다. CNN은 “군인들은 한국어로 대화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오디오 품질이 낮아 대화의 내용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러시아군이 북한군 병력에 피복을 지급하기 위해 돌린 한글 설문지. 출처 CNN

이러한 증거는 북한이 우크라이나전쟁에서 한층 더 직접적인 역할을 할 준비를 하고 있다는 우크라이나의 오랜 우려를 확인하는 것으로 보인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지난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서 “수천 명의 북한군이 러시아로 향하고 있다”며 북러 동맹 강화에 거듭 경종을 울렸다. 그는 “다른 국가가 참전한다는 것은 아주 긴급한 사안으로 세계 대전을 향한 첫 단추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 국가정보원(NIS)도 북한이 우크라이나와 전쟁 중인 러시아를 위해 총 1만2000명 규모의 특수부대 병력을 지원하기로 결정했으며 이 중 1500명을 이미 선발대 형태로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로 보냈다고 발표했다.

이는 북한이 국제 분쟁에 개입하는 첫 번째 대규모 참전 사례가 될 수 있다. 북한은 120만 명으로 세계 최대 규모의 병력을 보유하고 있지만 전투 경험은 부족하다고 CNN은 짚었다.

미국은 북한의 대러시아 군대 파견 보도와 관련해 우려를 표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은 이날 주요 7개국(G7) 국방장관 회의가 열리는 이탈리아 나폴리에서 기자들에게 “사실 여부를 확인할 수 없지만 실제라면 우려스러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