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의 비약적인 발전과 함께 이를 도입한 대기업들의 생산성은 나날이 발전하고 있지만, 중소기업들은 ‘그림의 떡’으로 인식하고 있다. 단 1% 생산성 향상으로도 주목할 만큼의 매출 확대나 이익 증가로 이어질 수 있는 대기업과 달리 비용 투입에 따른 효용성을 예상할 수 없어서다.
27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대부분 중소기업은 AI 도입이 사무에 종종 쓰이는 수준에 머물렀다.
예컨대 제조과정에서 전자 부품 자동삽입 장비를 도입한 A 기업은 제조 과정에서 불량이 난 것을 분석하는 장비까지는 도입하지 못했다고 한다.
A 기업 관계자는 “AI가 사물을 인식해야 하는데 그렇게 하기엔 경우의 수가 너무 많고, 공정 편차를 보는 AI를 쓰려면 고성능 정밀 카메라 설치 등 비용이 커지는데 실제 효과로 이어질지 확신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AI 도입 효과를 기대하기보다 차라리 인건비가 싼 국가로 공장을 이전하는 게 아직은 생산성을 훨씬 높일 수 있다고 판단한다”라며 “반도체나 IT 기기 대량 생산이 아닌 일반 중소기업이 활용하기엔 시기상조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전기 부품 제조업체 B 기업도 단순 통·번역을 하는 정도로만 회사 운영에 AI를 도입했다. B 기업 관계자는 “최근 경영진이 코파일럿(AI 검색 플랫폼)과 기업용 챗GPT 등을 업무에 활용하라는 지침을 내렸지만, 아직은 어떤 식으로 활용할지 감이 서지 않아 난감해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AI 통·번역은 훌륭한 수준이라 해외 공장 직원들과의 소통에 꽤 활용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통계청 통계개발원이 올 초 발표한 ‘통계플러스 2024년 봄호’ 보고서에 따르면 기업 규모별 신기술 도입률은 300인 이상 대기업이 24.5%, 300인 미만 중소기업은 12.1%로 집계됐다. 이중 AI의 도입 격차는 대기업 9.2%, 중소기업 2.9%로 3배 이상 차이가 났다.
이와 관련해 생산성 향상 연구에 막대한 자원을 쏟아붓더라도 부담이 적은 대기업들과 비용 낭비를 걱정하는 중소기업들의 격차는 계속될 것이란 업계의 우려감이 커지고 있다.
특히 국내 산업은 구조적으로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생산성 격차가 매우 큰데, AI 활용 등 디지털 전환(DX)을 따라가지 못한다면 생산성 격차는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