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서 때릴 수록 강해지는 中 반도체… 트럼프 시대 딜레마

입력 2024-11-07 15:54 수정 2024-11-07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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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對중국 제재 강화할 듯
오히려 中 '자립성' 가속화 우려
"미-중 관계 모니터링…준비책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2월 24일(현지시간) 메릴랜드주 옥슨힐에서 열린 공화당의 대규모 연례행사인 보수정치행동회의(CPAC)에 참석해 연설 도중 성조기를 안고 키스하고 있다. 옥슨힐(미국)/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2월 24일(현지시간) 메릴랜드주 옥슨힐에서 열린 공화당의 대규모 연례행사인 보수정치행동회의(CPAC)에 참석해 연설 도중 성조기를 안고 키스하고 있다. 옥슨힐(미국)/AP연합뉴스

미국 도널드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하면서 중국을 향한 반도체 규제가 더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러한 규제 강화가 역설적으로 중국 반도체 기업이 자립성을 키우고, 기술 개발을 가속화하는 데 큰 동기부여가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는 곧 우리 반도체 기업에 새로운 위기와 위협으로 다가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7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자국 중심주의를 우선으로 중국에 대한 더욱 직접적이고, 확대된 범위의 반도체 규제를 쏟아낼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바이든 행정부에서도 중국에 대해 첨단 반도체 장비 판매 제한, 인공지능(AI)·슈퍼컴퓨터용 첨단 반도체 수출 제한에 이어 지난해에는 저사양 AI 반도체와 장비 수출 통제를 확대했다.

향후 이러한 규제는 장비 외에도 서비스, 부품 등으로 지속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후보의 공약이었던 60%의 관세 부과 역시 빠르게 이행될 가능성이 크다.

이렇게 미국의 규제가 강화될수록 반도체 시장에서 중국의 존재감은 더 커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 업계 전문가는 “중국은 오히려 미국이 주도하는 규제가 강화된 뒤로 정부가 투자를 대폭 늘리면서 성장세가 빠르다”며 “오히려 규제가 중국 반도체 기업들에 자립을 키우는 기폭제가 된 셈”이라고 설명했다.

▲중국과 미국 국기 사이에 중앙처리장치(CPU) 반도체 칩이 보인다. 로이터연합뉴스 (연합뉴스)
▲중국과 미국 국기 사이에 중앙처리장치(CPU) 반도체 칩이 보인다. 로이터연합뉴스 (연합뉴스)

실제로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 조사에 따르면 중국 기업의 반도체 생산 능력은 올해 월 885만 장으로 전년 대비 15% 증가할 것으로 나타났다. 내년에는 올해보다 14% 증가한 1010만 장으로 전망되는데, 이는 전체 시장 규모의 3분의 1에 달한다.

반면 중국 외 다른 지역은 내년 대부분 한 자릿수 퍼센트 대 성장이 예상됐다. 대만은 월 580만 장으로 4%, 한국은 월 540만 장으로 7% 각각 성장할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현재 중국은 레거시(구형) 제품 비중이 높다. 다만 정부의 전폭적인 투자로 기술력 성장 속도가 빠르다는 평가다. SEMI는 중국이 향후 3년간 300㎜ 웨이퍼 기준 반도체 제조 장비에 1000억 달러 이상을 투자할 것으로 내다봤다. 같은 기간 전세계 총 투자액은 4000억 달러로 추정되는데, 약 4분의 1이 중국에서 나오는 셈이다.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는 2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인 HBM2의 양산을 당초 계획보다 2년 앞당겨 올해 8월 시작하기도 했다. 내년 CXMT의 D램 생산능력 점유율은 15.4%로, 3위인 미국 마이크론(17.4%)과의 격차를 크게 좁힐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기업은 최근 3분기 실적발표에서 이례적으로 중국 메모리 업체들의 거센 추격을 인정하며 더블데이터레이트(DDR)4, 저전력더블데이터레이트(LPDDR)4X 등 레거시 시장에서 손실이 발생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제재 강화로 중국이 자체 기술력을 강화하기 위해 공격적인 인재 확보에도 몰두할 가능성이 크다”며 “정부 주도로 중국과 미국의 관계를 적극적으로 모니터링하고, 기업 지원책이나 기술 유출 방지책 등을 탄탄히 준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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