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방향은 '생산 감축'…획일적 규제보다 단계적 접근"
25일부터 내달 1일까지 부산에서 열리는 유엔 플라스틱 협약 제5차 정부간협상위원회(INC-5)가 본회의 협상 안건을 개막 첫날 장시간 진통 끝에 합의를 이뤘다. 정부는 '큰 틀의 플라스틱 생산 규제 합의' 등을 골자로 하는 발비디에소 의장의 17쪽 분량 최종 제안문으로 협상을 시작하자는 입장이지만, 플라스틱 규제를 반대하는 사우디아라비아 등 산유국 등과 이견이 큰 상황이다. 가까스로 논의의 첫발은 뗐지만 성안까지 가시밭길이 예상된다.
김완섭 환경부 장관은 이날 오후 INC-5 개최지인 부산 벡스코에서 기자들과 만나 "INC를 4번 하면서 나온 77쪽, 이견 3000개가 넘는 텍스트와 의장의 최종본이 있다"며 "오전 개막식 이후 성안을 위해 조금씩 양보하는 차원에서 의장 제안문으로 (논의를) 출발하는 게 좋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는데, 오후 1시 이후에도 의장 문안을 가지고 논의하자는 것 자체가 합의를 못 이뤘다"고 말했다. 이어 "산유국을 중심으로 (플라스틱) 생산에 대한 이야기가 있어 받을 수가 없다는 것"이라며 "심지어 77쪽짜리와 의장 제안 2개를 올리자는 이야기도 있고 의장의 페이퍼가 어느 정도 중간 지점에 와 있으니 이걸로 논의하자는 등 팽팽하게 대립 중"이라고 했다.
각국 이견으로 난항을 겪던 안건 결정은 오후 5시께 가까스로 합의됐다.
INC-5 관계자는 오후 5시께 벡스코 기자실에 들러 "발비디에소 의장이 지난달 협상 촉진용으로 제안한 17쪽 '논페이퍼'(비공식문서)를 논의 안건으로 채택하고 협상에 돌입했다"고 전했다.
한편 정부는 이번 INC-5에서 단계적 방식의 '생산 감축'에 초점을 맞춰 협상에 나설 계획이다.
김 장관은 "(플라스틱) 생산을 감축하는 것이 가야 할 방향이지만 우선은 직접적이고 획일적인 규제보다 단계적 접근, 다양한 방식으로 추진하자는 것이 협상에 임하는 정부 방향"이라며 "생산 감축을 몇 퍼센트, 얼마나 할 것인지 등 숫자로 협상하려는 국가가 있다면 합의가 현실적으로 어렵다. 맞고 틀리고의 문제가 아니라 현실적으로 팽팽하게 맞서 있기에 협상 모양상 그렇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 세계 플라스틱 10% 정도만 재활용되는 심각한 상황이니 감축도 우리가 나가야 할 방향"이라며 "협약이 '40% 감축'으로 성안되면 그걸 따라야겠지만 성안이 돼도 구체적인 숫자가 들어갈 가능성은 크지 않기 때문에, 우리는 우리 대로 지금 할 수 있는 방안으로 플라스틱 생산부터 처리까지 전주기적인 관리를 통한 방식으로 관리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인 '단계적 접근' 방법에 대해서는 일회용 포크 등 소위 '불필요한 플라스틱'을 목록화해 INC 의장 제안문에 부속서 형식으로 추가하고, 하나씩 세부 기준을 만들어 삭제하는 방안을 언급했다.
김 장관은 "다만 불필요한 플라스틱인지 나라별로 생각이 다를 수 있어 환경, 건강에 영향을 주는 제품 정도에 가이드라인을 정해 나중에 리스트업을 해서 지워나가자는 이야기도 하고 있다"고 했다.
한편 이번 INC-5에는 전 세계 177개 유엔 회원국 정부대표단과 31개 국제기구, 산업계·시민단체·학계 등 이해관계자 4000여 명이 참석했다. 플라스틱 오염 종식을 위한 정부간 협상회의는 지난 2년간 4차례 있었지만 플라스틱 생산 감축, 제품 내 화학물질 규제, 재원 등 여러 쟁점을 두고 국가 간 이견이 큰 상황이다.
플라스틱 오염 피해가 큰 라틴아메리카 국가 등은 고강도 플라스틱 생산 규제를 원하지만 플라스틱을 다량 생산하는 중국과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 러시아 등은 규제보다 재활용률 상향에 무게를 싣고 있다. 미국은 이날 한국이 제안한 의장 제안문 채택에 강한 지지를 표명했고, 중국도 의장 제안문을 지지하는 등 직전 INC-4보다 생산 규제에 전향적인 입장을 내놓은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