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 변화와 내부 잠재력 결합, ‘잭팟’ 터진 인도

입력 2024-12-09 08:22 수정 2024-12-09 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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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다르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 뉴시스
▲순다르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 뉴시스

인공지능(AI) 출현으로 새로운 시대의 서막이 올랐다. 기계화, 대량생산화, 정보화로 각각 상징되는 1~3차 산업혁명도 인류 삶에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왔지만, AI가 주도하는 4차 산업혁명은 과거 어느 때보다 진폭이 크고 속도가 빠를 것으로 전망된다. ‘문명사적 대전환’, ‘거대한 충격’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앞으로 10년이 향후 100년을 결정할 것으로 예측되는 ‘기술혁명’ 시대 초입에서 인도가 기회의 땅으로 주목받고 있다. 매년 150만 명씩 쏟아지는 기술인재가 스타트업 생태계를 떠받치면서 혁신을 주도하고 있어서다. 시대 변화와 내부 잠재력이 결합해 ‘잭팟’을 터뜨린 셈이다.

전 세계 스타트업 생태계 분석기관 스타트업블링크(startupblink)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스타트업 생태계 평가에서 인도는 미국과 중국에 이어 세계 3위를 기록했다. 우선 스타트업 증가 추세가 가파르다. 현재 스타트업은 10만 개 이상으로, 2014년 350개에서 지난 10년 새 300배 이상 증가했다.

글로벌 자금도 빨아들이고 있다. 인도 스타트업 전문매체 Inc42의 ‘인도 기술 스타트업 펀딩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상반기 53억 달러의 해외 자금을 조달했고, 2014년부터 10년간 누적 투자액은 1500억 달러(약 209조5000억 원)를 넘어섰다. 총 자금 조달에서 해외자본이 차지하는 비중은 36%에 달할 만큼 높다. 2023년 기준 한국 전체 벤처투자 규모 중 글로벌 벤처캐피탈(VC)이 차지하는 비중이 2%에 불과한 것과 대조된다.

자금 쏠림은 유니콘 기업 탄생에도 영향을 미친다. 최근 10년간 전 세계 유니콘이 52개에서 1241개로 24배 증가하는 동안 한국은 2개에서 15개로 8배 증가에 그쳤다. 인도의 유니콘 기업 수는 현재 107개로, 총 평가액은 3400억 달러를 넘어선다.

인도 스타트업 생태계를 떠받치는 핵심축은 바로 인재다. 14억 명 인구의 65%가 35세 이하인 데다가 ‘STEM(과학, 기술, 공학, 수학)’ 졸업생 수는 세계에서 가장 많다. 매년 150만 명의 이상의 ‘기술천재’가 배출되고 있고, 특히 인도공과대학(IIT) 등 세계적 수준의 공학 및 기술 교육기관 졸업자들이 혁신을 이끌고 있다. 인도 유니콘 기업 창업자의 50% 이상이 IIT 출신일 정도다. 2019년 인공지능 분야에서 경쟁력 있는 학술대회에 논문을 발표한 상위 20%의 연구자 중 8%는 인도에서 학위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고급인재 풀은 스타트업 생태계 상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미국 실리콘밸리의 주요 공급원이기도 하다.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2022년 미국의 H-1B 비자(특정 전문직 취업 비자)를 발급받은 사람 중 인도 출신이 차지한 비중은 73%에 달했다.

스타트업에 우호적인 사회 분위기도 생태계 활성화에 한몫하고 있다. IIT 출신 아가르왈 판카즈 태그하이브 대표는 “인도에서는 스타트업을 다 해보고 싶어한다”며 “그런 분위기가 갑자기 생긴 건 아니고 2008년 설립된 인도 최초 유니콘 기업인 조마토(Zomato)가 놀라운 성장을 보였고, 이후 15년간 좋은 선례들이 생겨나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고 했다. 구글 CEO 순다르 피차이, IBM CEO 아르빈드 크리슈나 등 IIT 출신 인재들이 글로벌 빅테크를 휩쓸고 있다. 현재 S&P 500 기업 중 25개의 CEO가 인도계로, 10년 전보다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여기에 인도 정부는 ‘스타트업 인디아(Startup India)’, ‘스킬 인디아(Skill India)’, ‘펀드 오브 펀드 포 스타트업(Fund of Funds for Startups)’ 등 정책을 통해 세제 혜택과 자금을 지원하고, 500개 이상의 인큐베이터와 액셀러레이터 프로그램을 통해 멘토링과 자원을 공급하면서 화력을 더했다.

이렇게 성공한 인재들이 형성한 네트워크도 스타트업 생태계의 강력한 후원자 역할을 하고 있다. 일명 ‘디아스포라 네트워크’다. UN 추산에 따르면 2020년 기준 해외 거주 인도인 수는 약 1800만 명으로, 2022년 인도로 들어온 해외 송금액은 1080억 달러로 세계 1위를 기록했다. 인도 GDP의 3%에 해당하는 수치다. 해외에서 성공한 인재들은 자본뿐 아니라 인도 스타트업에 자본과 전문 지식을 제공한다. 또 인도로 복귀한 전문가들은 혁신과 글로벌 최고 경영방식을 도입하고 있다.

기존 산업혁명에서 소외됐던 지역이라는 점도 기회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디지털 혁신과 소비를 주도하면서 전자상거래, 금융, 교육, 인공지능 분야의 폭발적 성장이 전망된다. 영국 벤처캐피털 기업 에든베이스의 공동창립자인 다니엘 돌 스테인버그는 “기존의 구조나 규제 및 제도적 장벽이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에 교육, 건강, 금융과 같은 구조적인 영역에서 기술 채택과 혁신을 가속화할 가능성이 있다”며 “다음 기술 혁신은 인도 같은 나라에서 나타날 수 있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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