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형‧경구용으로 제형 변경부터 심혈관‧알츠하이머 등 적응증 확장
전 세계에 부는 비만약 열풍 속에 업계가 차별점으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노력에 나섰다. 투약 편의성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리는 것은 물론 다양한 질병에 적용할 수 있는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외 기업들은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제형 변경과 적응증 확장 등으로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전 세계 비만약 시장 규모가 2030년 1000억 달러(약 140조 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 시장조사기관 코텔리스는 2028년 글로벌 의약품 매출 1, 2위로 비만약 ‘젭바운드’와 ‘위고비’를 예상했다.
현재 비만약 시장은 노보 노디스크와 일라이릴리가 이끌고 있다. 이들 기업은 비만약 하나로 매출과 시가총액이 동시 성장했다. 노보 노디스크의 올해 3분기 누적 매출은 2047억 덴마크 크로네(약 41조800억 원), 일라이릴리는 매출 315억900만 달러(약 43조4500억 원)에 달한다. 시가총액도 올해 10월 기준 릴리와 노보 노디스크가 1, 2위를 찍었다.
허혜민 키움증권 연구원은 “메가 트렌드가 발생하면 신약의 긴 호흡 특성상 트렌드가 약 10년 간 지속된다. 글로벌 의약품 매출 1위인 항암제 ‘키트루다’ 역시 10년째 성장 중”이라며 “앞으로 트렌드는 비만‧당뇨 치료제로 바뀔 것”이라고 설명했다.
비만약이 차세대 의약품 시장을 이끌 것으로 예상되자 후발주자들은 차별점을 앞세워 비만약 개발에 뛰어들었다. 업계는 비만약 개발 트렌드가 더 세분화 돼 제형 변경과 적응증 확장이 경쟁력을 좌우할 것으로 전망한다.
비만약 제형은 초창기 자가 주사 매일 1회 투약에서 주 1회로 발전했고, 최근에는 1개월 이상 지속형으로 변화하고 있다. 여기에 경구 제형(먹는 약)까지 등장을 앞두고 있다. 내년에는 일라이릴리와 노보 노디스크는 물론 아스트라제네카, 암젠, 디앤디파마텍 등이 경구 제형 임상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적응증 확장도 경쟁력이다.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GLP-1) 계열의 비만약은 심혈관 예방, 알츠하이머, 수면무호흡증 등으로 적응증을 확대하고 있다. 노보노디스크는 위고비를 심혈관 예방 치료제로 출시했고, 비알코올성지방간염과 알츠하이머(3상), 만성신장질환(2상) 치료제로 개발 중이다. 릴리는 젭바운드로 수면무호흡증 임상 3상을 완료하고 허가를 신청했다.
비만약을 개발 중인 국내 바이오기업 대표는 “다수 기업이 비만약 개발에 뛰어든 가운데 체중 감량 효능은 비슷할 것이기에 앞으로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얼마나 편리한지, 활용도가 높은지가 관건이 될 것”이라며 “이런 점에서 제형 변경과 적응증 확장이 향후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포인트”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