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기회의 땅’이 서구기업 ‘무덤’으로…사라지는 ‘중국몽’

입력 2024-12-09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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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유럽 상장기업 中매출, 2021년 정점 후 감소
스타벅스·애플·GM 등 분야 가리지 않고 부진
중국, 디플레 불안으로 수요 부진 지속
트럼프 집권 등 관세전쟁까지...전망 좋지 않아

▲사진은 중국 베이징의 한 스타벅스 매장 전경. 베이징/AP뉴시스
▲사진은 중국 베이징의 한 스타벅스 매장 전경. 베이징/AP뉴시스
외국 기업에 ‘기회의 땅’이었던 중국이 최근 정반대로 ‘무덤’이 되고 있다. 영국 경제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8일(현지시간) 외국 기업들의 중국 내 매출이 계속 감소하면서 경쟁력이 약해지고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중국의 내수 부진과 현지 기업의 경쟁력 강화, 미·중 갈등 격화로 반등도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코노미스트 분석에 따르면 미국과 유럽 상장사의 중국 매출은 2021년 6700억 달러(약 962조 원)로 정점을 찍은 뒤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지난해 이들 기업의 중국 매출은 6500억 달러로 줄어들었고, 올해도 반등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서구 상장사의 절반 이상이 매출 감소를 겪었다고 이코노미스트는 강조했다.

중국시장에서 극심한 부진에 빠진 기업들은 스타벅스부터 애플과 제너럴모터스(GM), 폭스바겐에 이르기까지 분야도 가리지 않고 있다. 스타벅스는 루이싱커피 등 현지 저가 브랜드들의 공세에 따른 실적 부진에 중국 법인 지분 매각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GM은 중국 내 판매 부진 심화에 따른 구조조정으로 50억 달러 이상의 비용이 발생했다.

매출 감소의 배경에는 중국의 경기침체와 현지 기업의 경쟁력 강화가 꼽힌다.

중국 내수는 9월부터 시작된 주요 정책금리 인하와 부동산시장 지원, 은행 대출 확대 등 정부 경기부양책에도 개선되지 않고 있다. 중국 국가통계국이 9일 발표한 11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증가율은 전년 동월 대비 기준 0.2%로 5개월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부동산 판매도 여전히 침체 상태다. 내수 부진과 디플레이션 압박이 가속화된다면 서구 기업의 반등도 힘들 수밖에 없다.

현지 기업의 경쟁력 강화 또한 무시할 수 없는 위협 요소다. 중국에서 스타벅스보다 세 배 많은 매장을 보유하고 있는 루이싱커피는 가격 경쟁력으로 스타벅스를 밀어내고 있다. 심지어 기술력에서도 토종기업들이 서구 경쟁사들을 많이 따라왔다. 화웨이가 애플을 밀어내고 전기차 시장에서 비야디(BYD)나 니오 등 현지 업체가 부상하는 이유에는 중국 업체들이 가격은 물론 더 나은 품질까지 보장하기 때문이라고 이코노미스트는 평가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미·중 대립에 따른 피해까지 받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2일 고대역폭 메모리(HBM) 등 대중국 반도체 수출 통제를 한층 강화했다. 중국을 겨냥한 조치이나 글로벌 반도체 장비업체 램리서치나 KLA, ASML 등이 직접적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관세를 가장 효율적인 협상의 도구로 평가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내년 1월 취임하면 앞으로 중국은 서구 기업에 더 녹록지 않은 시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당선인이 고율 관세를 부과한다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도 보복 조치에 나설 것이 확실하기 때문이다. 중국은 유럽연합(EU)과도 관세 조치를 주고받는 상황이다.

컨설텅업체 트리비움차이나의 앤드루 포크 공동 설립자는 “서방 기업들이 지정학적 갈등의 한가운데에 갇혔다”면서 “(현 상황이) 쉽게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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