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시총 1위 삼성전자의 내년 영업이익 전망치(컨센서스)가 대폭 줄어들고 있다. 반도체 업황 둔화와 미국의 대중국 제재 기조 속 정치 리스크까지 불거지면서 먹구름이 짙어졌다. 2025년을 시작하기 전부터 벌써 내년 영업이익이 컨센서스를 하회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0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내년 영업이익 전망치는 3개월 전 62조9940억 원에서 1개월 전 45조5200억 원, 최근 43조1900억 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최근에는 계염사태 여파까지 더해지면서 연간 영업이익이 40조 원을 밑돌 것이라는 전망도 줄을 잇고 있다. 이날 키움증권은 메모리 가격 하락과 파운드리 가동률 하락이 예상보다 클 것으로 보인다며 내년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이 39조5000억 원으로 시장 컨센서스를 밑돌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진투자증권은 메모리 가격 하락세와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출 제한 등의 영향으로 36조2000억 원을 예상했다.
실적 전망치를 끌어내리는 건 반도체 업황 둔화다. D램은 엔비디아향 HBM 양산 공급 지연과 중국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의 DDR4 저가 판매, 범용 D램 수급 악화 등으로 연말·연초 실적 악화가 우려된다. 낸드는 소비자 수요 부진과 공급 업체간의 경쟁 심화로 가파른 가격 하락이 나타나고 있다. 파운드리는 가동률이 추가 하락하고 있다. 또한 트럼프의 재등장과 함께 미국의 대중국 추가 제재는 중국을 상대로 한 삼성전자의 HBM 사업에 단기 악재 요인으로 작용할 우려도 상존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국내에서는 계엄 발동과 해제, 지도자 공백이라는 초현실적 상황을 맞게 되면서 주요 기업들의 실적 전망 하향과 밸류에이션 조정이 불가피하다. 특히 트럼프 행정 출범에 앞서 국내 최대 수출품목인 반도체 산업 투자와 외교적 지원이 뒷받침되어야 하지만, 이를 기대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일련의 상황들을 보면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가장 큰 요인은 어쩌면 대주주 리스크와 정치 지도차 리스였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며 “정치 리스크 확대는 곧 경제 리스크와 시장 리스크의 확대와 다름 없다”고 말했다.
증권사들은 대내외 리스크 산재를 이유로 삼성전자의 목표주가를 낮추고 있다. 두달 새 평균 목표주가는 8만8640원에서 8만4960원으로 4.15% 하향조정됐다. 키움증권은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7만5000원에서 7만3000원으로 낮췄다. 유진투자증권도 8만 원에서 7만7000원으로 목표가를 내렸다. BNK투자증권, iM증권, 신영증권, 현대차증권 등도 목표가를 7만 원대로 낮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