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들어 중국 세트 고객사들의 디램을 포함한 부품 재고를 확보하려는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12월이 전통적인 부품 비수기임을 감안한다면 최근의 부품 회복 동향은 이례적이다.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메모리 재고를 적극적으로 확보하기 위함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증권은 13일 "과거 메모리 제조사들은 수요의 부진 앞에서 프로모션을 강화해 왔었으나 이젠 점유율을 뒷전에 놓고 현금 확보에 주력한다. 세트 고객사들은 위기를 느꼈을 때 그동안 재고를 줄여 왔으나 이젠 재고를 늘린다. 새로운 사업 환경에서 디램 가격 급락의 확률은 감소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중국 세트사들은 실제 모바일과 PC 판매가 긍정적으로 변화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부품 주문 감소 추세가 멈췄거나 오히려 회복되고 있다. 디램, MLCC, 카메라 부품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나타나고 있다.
이종욱 삼성증권 팀장은 2가지 이유를 제시했다. 먼저, 정치적 불확실성 증가에 대한 대응책이다. 트럼프 2기 정부 이후 관세 인상, 특정 품목의 수출 제한 등 미중 무역 분쟁의 방향과 강도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진 것이다.
이어, 중국의 공격적인 경기 부양 의지가 재확인되고 있다. 스마트폰이나 PC에 이구환신 보조금 정책이 적용되거나 위안화 약세로 수출 수요가 증가할 수 있다. 이 팀장은 "첫 번째 이유가 더 크다고 생각한다. 아직 경기 부양과 수요 증가는 구체화되지 않고 있다"고 짚었다.
4분기 부품 수요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던 관련 반도체 기업들의 이익 하향 추세는 일단락됐다고 봤다. 이 팀장은 "12월 이후 컨센서스 하향 추세가 일단락될 것으로 보인다. 3분기 동안 메모리 재고가 감소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4분기 수요가 부진하면서 내년 1분기 메모리 가격의 하락 폭이 심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으나, 이제는 하락 속도가 완화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장기적으로야 실수요의 회복이 필요하겠지만, 주식시장은 단기적으로 안도감을 즐길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