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되기 전날 만난 리서치센터 관계자가 뱉은 말이다. 엄밀히 말하면, 이는 사실이 아니다. 윤 대통령은 탄핵 가결 전까지 대통령으로서 직무를 수행했으며, 가결 후에는 한덕수 국무총리가 권한 대행을 맡아 직무를 이어나갔기 때문이다.
‘정상 외교’를 할 수 없다는 점에서는 일맥이 상통한다. 권한대행을 맡은 국무총리를 만나려고 하는 정상은 매우 드물어서다. 일반적인 외교 활동의 제한마저 염려되는 상황에서, 현실화한 ‘트럼프 리스크’를 대비하는 일은 더 어려워졌다.
세계는 이미 트럼프에 기민하게 반응하고 있다. 멕시코 대통령과 캐나다 총리는 트럼프의 관세 예고에 즉각 대응했다. 민주당을 지지했던 유수의 미국 기업은 트럼프 취임식에 기금을 내놓기로 했다.
한국만 한 발 벗어나 있는 듯하다. 정부는 탄핵 정국을 수습하느라 정신없고, 기업은 눈치를 보느라 몸을 사리고 있다. 한국경제인협회에 따르면 대기업 10곳 중 7곳은 ‘대내외 리스크 영향 파악 우선’ 등의 이유로 내년도 투자계획을 세우지 못했다.
금융투자업계는 과거 탄핵사례 때 한국 증시가 금융시장 내부 혼란과 무관하게 글로벌 흐름을 따라갔다고 전한다. 다만, 이는 한국 증시가 글로벌 흐름에 탑승할 준비가 돼 있어야 성립하는 시라니오다. 한국 증시 펀더멘털이 글로벌 증시에 발맞춤 할 정도로 단련돼있는지 점검해야 한다.
외교도 궤도에 올라와 있어야 할 것이다. 트럼프는 본인 취임식에 이례적으로 외국 정상을 초대하고 있다. 추가 관세를 예고한 중국마저 명단에 포함됐지만, 아직 한국이 초대받았다는 소식은 없다. ‘한국 패싱’이 일시적인 외교 혼란으로 인한 결과이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