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도시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광진구 군자동 일원에 지역주택조합 사업인 ‘광진 벨라듀’(647가구)가 공급된다. 지난해 3월 지구단위계획 접수를 완료, 현재 1차 조합원 모집을 완료해 사업비 일부를 충당했다. 추가 자금 확보를 위해 현재 2차 조합원을 모집하고 있다.
지주택이란 무주택 가구주들이 조합을 결성해 토지를 매입하고 건축비를 부담해 직접 주택을 개발하는 사업 유형이다. 준공 시까지 수많은 인허가를 받아야 하는 재건축·재개발과 달리 조합설립인가와 사업계획 승인, 착공신고 등의 절차만 거치면 된다. 청약통장이 없어도 되며 분양 시 동호수지정도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사실 지주택은 ‘원수에게나 추천하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실패율이 높다. 우선 사업 시행사는 조합 그 자체이므로 내부에서 운영 비리 등의 문제가 발생할 우려가 정비사업보다 훨씬 크다. 추진 과정에서 토지 확보가 늦어지거나 조합원 모집에 문제가 생겨 사업이 지연될 수 있다.
지주택 조합원을 모집하려면 토지 소유자 50% 이상의 사용권원을, 사업계획 승인을 받으려면 95% 이상을 각각 확보해야 한다. 100% 확보가 완료돼야 비로소 착공이 가능하다. 문제는 현실적으로 각 토지의 소유자를 설득하는 과정이 지난하다는 점이다. 이른바 ‘알박기’를 통해 땅값이 더 오를 때까지 버티는 지주들이 많다. 그 사이 발생하는 사업비는 모두 조합원 몫의 빚이다.
사업성 문제로 사용권원을 확보하지 못해 결국 조합이 해산되는 일이 허다하다. 사업 유지를 선택하고 분담금이 늘어나는 경우도 많다. 노원구 월계동지주택은 2003년 조합설립인가를 받은 이후 10년 넘게 사업이 중단돼 지난해 11월 서울시의 조합 해산 대상에 포함됐다. 성동구 천호역A1 지주택은 조합원 수가 0명으로 표시돼 사실상 사업을 내려놓은 상태다.
은평구 지주택 조합원이라는 A씨는 “소액의 계약금만 내면 신축 아파트를 분양받을 수 있다고 해서 덜컥 돈을 넣었는데 5년째 빚만 늘고 있다”고 말했다. 구로구 지주택 사업에 참여했던 B씨는 “사업이 과하게 지연돼 일부 조합원이 조합을 상대로 소송을 걸고자 시도했으나 이 또한 돈이 드는 일이라 투자금을 포기했다”고 말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서울에서 추진되는 지주택 사업지는 총 118곳이다. 이 중 74%가 조합원 모집 단계에서 멈춰 있으며, 사업승인인가를 받은 곳도 14%에 그쳤다. 착공까지 성공한 곳은 10곳 뿐이다.
그런데도 서울 곳곳에서 지주택 사업은 매년 활발히 추진되고 있다. 정비사업 대비 적은 분담금으로 대형 건설사의 브랜드 아파트를 마련할 수 있다는 점이 투자자들을 이끄는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동작구 ‘보라매자이더포레스트’와 ‘상도역롯데캐슬파크엘’, 광진구 '호반써밋자양' 등이 대표적인 지주택 단지다. 2015년 전용 84㎡ 기준 분양가는 13억9000만 원이었으나, 지난해 9월 40억 원(36층)에 손바뀜하며 신고가를 기록한 성동구 ‘트리마제’도 마찬가지다.
전문가들은 불확실성이 큰 지주택 사업 특성상 참여 전부터 신중한 고민을 내려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태희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일단 지주택 조합원이 되면 탈퇴가 매우 까다로우며, 탈퇴 시에도 냈던 돈을 회수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정부도 지주택을 둘러싼 각종 문제를 인지하고는 있으나 뾰족한 해결책은 없는 상황이다. 서울시는 자체적으로 ‘지역주택조합 피해상담 지원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허위·과장 광고를 통해 조합원을 모집하거나 전문성이 부족해 사업이 지연되는 조합에 대한 전수조사도 진행 중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현장에선 토지 소유자 90% 사용권원을 얻고 난 이후부터 추가 토지 확보가 매우 어렵다고 평가한다”며 “이 같은 내용을 개선하기 위해 지난해 국토부에 제도 개선도 건의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