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탁사 포기”…수도권 정비사업 단지, 조합 방식으로 맘 바꾸는 이유는?

입력 2025-02-10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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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동7단지 전경 (자료제공=목동7단지 재건축준비위원회)
▲목동7단지 전경 (자료제공=목동7단지 재건축준비위원회)

수도권 정비사업의 대세로 떠올랐던 신탁 방식이 최근 들어 소유주들의 선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정비사업 규제를 대거 풀며 사업 속도를 높일 수 있다는 최대 장점이 흐려진 데 이어 소유주 의견 반영이 어렵다는 의혹이 고개를 들면서다.

10일 도시정비업계에 따르면 목동신시가지 아파트 7단지 재건축준비위원회(재준위)는 지난주 사업방식을 결정하기 위한 소유주 투표를 진행했다. 전체 소유주 2583가구(상가 포함) 중 1373명(53.16%)이 투표에 참여한 결과 70.28%(965명)가 조합 방식을 선택했다. 신탁 방식을 원하는 소유주는 29.35%(403명)였다.

이 단지는 2023년 재건축 방식을 두고 잡음이 일었다. 정비사업추진준비위(정추위)라는 이름의 입주민 일부가 코람코자산신탁을 예비신탁사로 선정했는데, 이 과정에서 입주민 동의가 정식으로 진행되지 않았다는 의혹이 불거진 것.

투표에 참여한 한 소유주는 “조합 설립 시 다양한 의견 제시로 의사 결정에 다소 시간이 소요되겠지만, 신탁보다는 안정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신탁 방식 선택 시 조합 설립이 필요 없어 비교적 사업 속도가 빠르고 불필요한 분쟁을 없앨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신탁사 자체 자금이 있으니 비용 조달이 쉽고 자금 관리 또한 투명하게 진행된다.

반대로 정비사업에 능통하지 않은 신탁사가 사업시행자로 나설 경우 오히려 걸림돌이 될 수 있다. 2023년 영등포구 여의도 한양의 시행을 맡은 KB부동산신탁은 정비계획이 정해지기도 전에 시공사를 선정했다는 이유로 서울시의 제재를 받았다.

당시 해당 단지 내 한양상가에선 롯데쇼핑이 단일 소유주로 롯데마트를 운영하고 있었는데, 롯데쇼핑은 KB신탁을 사업시행자로 선정하는 데 동의하지 않아 사업 부지에서 빠졌다. 그런데도 KB신탁은 시공사 선정을 위한 입찰 공고를 내면서 동의를 받지 못한 상가를 구역에 포함했다.

이 문제로 총회가 취소되는 등 사업 지연 가능성이 고개를 들자 일부 소유주는 KB신탁에 소송전을 예고했다. 한양 소유주 A씨는 “2023년 7월 KB신탁의 첫 입찰공고에도 문제가 있어 입찰을 철회했다”며 “실수가 아니라 시스템적인 부분에 분명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지난해에는 경기 안산시 안산주공6단지 소유주와 한국토지신탁, 무궁화신탁 사이 신경전이 벌어졌다. 한국토지신탁·무궁화신탁 컨소시엄은 2022년 말 사업시행자로 지정됐으나 이후 소유주 의견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았다. 한국토지신탁 관계자는 “현재 갈등을 봉합해 정비계획변경 관련 인허가를 추진 중”이라고 설명했다.

신탁사는 통상 분양 이후 발생한 매출의 1~3%를 수수료로 취득한다. 신탁 방식이 활발하지 않았던 2022년 이전에는 3% 중반까지 올랐으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신탁사 사이에서도 저가 수주 양상이 나타났다.

현재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평균 수수료율은 1~2%대다. 사업성이 좋아 고분양가 책정이 가능할 것으로 보이는 사업지는 1% 미만을 받기도 한다. 목동5단지 재건축추진위원회와 예비신탁사 선정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하나자산신탁은 지난해 역대 최저 수준인 0.65%의 수수료율을 제안했다.

다수의 신탁사가 정비사업으로의 매출 확대를 꿈꾸는 만큼 허술한 운영이나 절차상 하자로 인한 소유주 민원이 더욱 심화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태희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조합 방식은 내부 분쟁이나 의사 결정에서 시간 소요 등의 단점이 있지만, 신탁사와 손을 잡아도 검증되지 않은 역량이나 소유자와의 이해관계 불일치로 인한 문제가 생긴다”며 “신탁 방식은 한번 결정하면 계약 해지가 어렵기에 첫 단추부터 신중한 고민을 거쳐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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