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가 불 붙이고, 제니가 방점 찍었다?…'콘서트 가격 논란'의 본질 [이슈크래커]

입력 2025-03-17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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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AP/뉴시스, OA엔터테인먼트 제공)
▲(출처=AP/뉴시스, OA엔터테인먼트 제공)

K팝 가수들의 솔로 활동이 빛나는 요즘입니다.

그룹 SF9, 르세라핌, 더보이즈, 엔믹스, 트레저 등 인기 아이돌 그룹들이 최근 컴백하면서 활동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는데요. 특히 '간판 그룹'의 멤버들까지 솔로 활동을 속속 시작하면서 볼 것도, 들을 것도 넘쳐 나는 3월입니다.

빅뱅 지드래곤은 '투 배드'(TOO BAD feat. Anderson .Paak)로 Mnet '엠카운트다운', MBC '쇼! 음악중심', MBC M '쇼! 챔피언', KBS2 '뮤직뱅크' 등에서 모두 1위를 한 차례 이상 차지하면서 8관왕을 달성했습니다. 이달 말 고양종합운동장에서 8년 만의 단독 콘서트를 열고 팬들을 만날 예정인데요. 방탄소년단(BTS) 제이홉은 7일 '스위트 드림스'(Sweet Dreams feat. Miguel)를 발매한 데 이어 새 디지털 싱글 '모나 리자'(MONA LISA)와 '스위트 드림스' FNZ 리믹스 버전을 공개할 예정이죠. 있지 멤버 예지는 데뷔 7년 만에 첫 솔로곡 '에어'(Air)를 발매, 탄탄한 보컬과 파워풀한 퍼포먼스를 선보이면서 올라운더다운 실력을 매 무대 입증하고 있습니다.

블랙핑크 멤버들의 솔로 활동은 빼놓을 수 없는 볼거립니다. 특히 제니는 첫 정규 앨범 '루비'(Ruby) 발매 전후로 바쁜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데요. 차일디쉬 감비노, 도이치, 도미닉 파이크, 두아 리파, FKJ, 칼리 우치스 등 수많은 세계적인 아티스트들과 협업하고, 6개의 뮤직비디오로는 매 영상 확연히 다른 콘셉트와 비주얼을 자랑했죠. "돈을 대체 얼마나 쓴 거냐"(?)는 감탄도 괜히 나오는 게 아닙니다.

이번 앨범 '루비'가 더욱 눈길을 끈 건 그가 YG엔터테인먼트를 떠나 설립한 1인 기획사 OA엔터테인먼트에서 처음 선보인 작품이기 때문인데요. 자신의 팬과 대중에게 보여주고 말하고 싶었던 '제니' 그 자체를 담아냈습니다. 첫 솔로 앨범에 이어 첫 단독 콘서트로 팬들을 만난 제니도 감격의 눈물을 보였죠.

그러나 콘서트 이후 예상하지 못한 잡음이 터져 나왔습니다. 다름 아닌 콘서트 티켓 가격 문제였는데요. '티켓 가격이 너무 비싸다'는 지적과 '팬들이 만족했다는데 뭐가 문제'라는 의견이 맞서는 모양새죠. 그러나 쟁점은 단순히 '제니 콘서트의 티켓값'이 아닙니다.

▲제니가 15일 오후 인천 인스파이어 아레나에서 정규 1집 '루비' 발매 기념 쇼케이스 형식의 콘서트 '더 루비 익스피리언스(The Ruby Experience)' 라이브 무대를 선보이고 있다. (사진제공=OA엔터테인먼트 제공)
▲제니가 15일 오후 인천 인스파이어 아레나에서 정규 1집 '루비' 발매 기념 쇼케이스 형식의 콘서트 '더 루비 익스피리언스(The Ruby Experience)' 라이브 무대를 선보이고 있다. (사진제공=OA엔터테인먼트 제공)

눈물의 제니 콘서트, 그 이후…"70분 공연이 22만 원?" 갑론을박

15일 제니는 인천 중구 인스파이어 아레나에서 ‘더 루비 익스피리언스’(The Ruby Experience) 쇼를 개최했습니다.

이름에서부터 예상할 수 있듯, 첫 솔로 정규 앨범 '루비' 발매 기념 공연이었는데요. 미국 로스앤젤레스(LA)와 뉴욕에 이어 한국에서 치러진 이 공연은 '루비'에 담긴 15곡을 모두 선보이는 쇼케이스 형식의 공연으로, 제니가 솔로 활동을 시작한 후 처음 선보이는 공연이었습니다.

제니는 이날 공연에서 '인트로 : 제인 위드 FKJ'(Intro : JANE with FKJ)를 시작으로, 선공개곡 '만트라'(Mantra), 도미닉 파이크가 피처링한 '러브 행오버'(Love Hangover), 불교의 '선'을 뜻하는 제 목의 '젠'(ZEN), 강렬한 랩이 특징인 타이틀곡 '라이크 제니'(like JENNIE) 등 무대를 선보였는데요. 파워풀한 퍼포먼스에도 흔들리지 않는 보컬과 랩으로 현장 분위기를 뜨겁게 달궜죠.

공연 시작 이후 약 1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입을 연 제니는 "꿈만 같고 현실을 부정하게 된다. 여기서 여러분과 얼굴 보고 인사하니 마음으로 와닿는 것 같다"며 "너무 많은 얘기를 하고 싶었다. 이번 앨범과 콘서트를 준비하면서 많은 배움이 있었다. 화려하고 모든 걸 멋있게 해내는 모습 말고, 버벅거리기도 하고 솔직한 제 모습도 보여드리는 거라 모든 게 낯선 과정인 거 같다"고 솔직한 심경을 전했습니다.

벅찬 감정에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는데요. 제니는 "울지 않기로 약속했는데, 앨범을 내고 나서 너무 큰 사랑을 받았을 때 받아들이기 어려웠다"며 "내 눈으로 직접 보니까 감사하고 행복한 거 같다"고 팬들에 대한 감사를 전했습니다.

그러나 공연 이후 엇갈린 목소리가 나와 눈길을 끌었습니다. 제니의 진심 어린 무대를 즐겼다는 후기가 이어진 반면, 일각에서는 공연 시간구성에 의문을 표했죠.

제니의 이번 공연은 순수 공연 시간만 70여 분 진행됐습니다. 장르와 시장, 팀 형태에 따라 차이가 천차만별이긴 하지만, 아이돌 그룹의 경우 단독 콘서트는 짧으면 90분, 길면 180분간 진행되는 게 보편적입니다. 여기에 앵콜 무대를 포함하면 총 러닝타임이 10분에서 30분가량 늘어나기도 하는데요. 제니의 이번 공연은 이에 비해 조금 짧지 않았냐는 아쉬움이 나온 겁니다.

제니의 이번 공연은 '루비' 발매 기념 콘서트이긴 합니다. 세트리스트 역시 '루비' 수록곡 15곡들로 구성됐는데요. 이에 일반적인 K팝 콘서트가 아닌 곡을 소개하는 '쇼케이스'에 가깝다는 의견도 나왔죠. 러닝타임이 짧을 수밖에 없는 구성이라는 데엔 이견이 없지만, 문제는 해당 공연의 티켓 가격입니다. 이번 공연 티켓 가격은 최고가 22만 원, 최저가 14만3000원에 형성됐는데요. 공연을 불과 70여 분 관람한 걸 두고 가격이 지나치게 비싸다는 지적이 나왔죠.

여기에 멘트에도 많은 시간을 할당하지 않았다는 팬들의 아쉬움도 있었는데요. 공연 중후반부 단 두 차례 5분 남짓 짤막하게 소감을 전하고 무대를 이어가면서 이례적인 '70분 단독 콘서트'가 탄생한 겁니다.

▲(사진제공=빅히트 뮤직)
▲(사진제공=빅히트 뮤직)

티켓 가격, 왜 줄줄이 오르나 했더니…1위 기업 효과 있나?

그러나 쟁점은 공연의 러닝타임도, 티켓 가격도 아닙니다. 최근 K팝 콘서트들의 티켓 가격이 급상승한 가운데, 이번 제니의 콘서트는 짧은 러닝타임과 함께 줄인상에 방점을 찍었다는 비판이 나오는데요. 20만 원대 콘서트가 어느새 업계 기준(?)이 된 상황에서 러닝타임까지 줄이려는 시도가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상당합니다.

특히 K팝 팬들 사이에서는 이번 콘서트를 기점으로 또다시 '티켓플레이션'(티켓+인플레이션)이 시작되는 것 아니냐는 걱정이 일고 있습니다.

대대적인(?) 콘서트 가격 급등은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나왔습니다. 팬데믹 기간 콘서트가 전면 중단되면서 가요 기획사들은 콘서트 수익 대신 온라인 콘텐츠, 굿즈 등으로 수익을 유지했는데요. 팬데믹 이후 대형 공연이 재개되면서 티켓 가격을 올려 손실을 보전하려는 시도가 이어졌습니다. 오랫동안 콘서트를 기다려온 팬들이 숱한 만큼 수요는 폭발적으로 증가한 상황이었죠.

이 과정에서 국내 1위 기획사, 하이브가 티켓 가격 상승을 주도했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코로나19 확산 전인 2019년 10월 서울 잠실 주경기장에서 열린 하이브 간판 그룹, BTS의 단독 콘서트 '러브 유어셀프: 스피크 유어셀프 [더 파이널]'(LOVE YOURSELF: SPEAK YOURSELF [THE FINAL])은 모든 좌석 가격이 11만 원이었습니다. 그러나 2022년 3월 같은 장소에서 열린 'BTS 퍼미션 투 댄스 온 스테이지'(BTS PERMISSION TO DANCE ON STAGE)는 VIP석 22만 원, 일반석 16만5000원으로 가격이 책정됐죠. VIP석에 리허설 과정을 관람할 수 있는 '사운드 체크'(사첵) 관람이 포함되긴 했지만, 액면가 기준으로는 불과 3년 만에 티켓 값이 2배 오른 셈입니다. 하이브는 BTS뿐 아니라 세븐틴, 투모로우바이투게더, 르세라핌 등 소속 그룹의 콘서트에서 속속 사운드 체크 옵션을 포함한 VIP석을 일반석보다 비싼 19만 원대에 책정했습니다.

물론 하이브만 콘서트 가격을 과거보다 높여 받는 건 아닙니다. 현재는 다수 아이돌 콘서트 티켓이 좌석 위치에 따라 다른 가격을 보이고, 사운드 체크나 공연 전후 가수를 가까이에서 대면할 수 있는 밋앤그릿(Meet&Greet) 등 옵션을 넣어 더 비싼 가격을 보이는데요. 하이브의 콘서트 티켓 가격 상승 문제를 지적했던 SM엔터테인먼트 역시 2023년 샤이니 태민의 솔로 콘서트를 시작으로 사운드 체크를 적용, 해당 티켓을 더 비싼 값에 팔기 시작했죠.

수많은 기획사 중에서도 유독 하이브에 따가운 시선이 쏟아지는 건 하이브를 필두로 가격 인상이 이어진 데다가, 하이브 소속 그룹의 티켓 파워가 강력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되는데요. 1위 기업의 가격이 업계 표준이 되는 '닻 내림 효과'(Anchoring Effect)가 엔터테인먼트 업계에도 적용되는 셈이죠.

지난해 7월 KOPIS가 발간한 '2024년 상반기 공연시장 티켓판매 현황 분석 보고서'에서 서정민갑 대중음악 의견가와 정민재 대중음악 평론가는 "상반기 대중음악 시장 티켓 판매액이 뮤지컬의 티켓 판매액을 넘어선 것은 대형 공연의 영향도 있겠으나 대중음악 콘서트 티켓의 평균 가격이 인상된 영향도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특히 K팝 아이돌 공연의 경우 VIP 좌석을 사운드 체크 구역으로 지정해 일반 티켓보다 4만~5만 원 이상 비싸게 받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따른 불만도 제기되고 있으나 하이브를 필두로 정착하고 있는 모양새"라고 분석했습니다.

실로 '11만 원 콘서트'가 전생(?)처럼 느껴지는 지금, 이번 제니 콘서트가 또 한 번의 '티켓 가격 인상 릴레이'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우려도 괜한 일은 아닌 듯합니다.

▲그룹 세븐틴이 지난해 3월 31일 오후 인천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펼친 앙코르 투어 '세븐틴 투어 '팔로우' 어게인 투 인천(SEVENTEEN TOUR 'FOLLOW' AGAIN TO INCHEON)' 오프닝 무대에서 '손오공'을 부르고 있다. '팔로우' 스타디움 앙코르 콘서트의 포문을 여는 이번 인천아시아드주경기장 공연엔 전날과 이날 총 5만6000명이 운집한다. (사진제공=플레디스 엔터테인먼트)
▲그룹 세븐틴이 지난해 3월 31일 오후 인천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펼친 앙코르 투어 '세븐틴 투어 '팔로우' 어게인 투 인천(SEVENTEEN TOUR 'FOLLOW' AGAIN TO INCHEON)' 오프닝 무대에서 '손오공'을 부르고 있다. '팔로우' 스타디움 앙코르 콘서트의 포문을 여는 이번 인천아시아드주경기장 공연엔 전날과 이날 총 5만6000명이 운집한다. (사진제공=플레디스 엔터테인먼트)

가격 올리는 이유 있다지만…중요한 건 관객이 체감하는 '가치'

콘서트를 기획·운영하는 기획사 입장에서는 티켓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습니다.

전반적으로 콘서트 비용이 상승한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인데요. 인기 공연장 대관료부터 무대 제작비, 인건비 등이 코로나19 이후 크게 올랐죠. 과거엔 꽃가루, 불꽃 등 단순했던 콘서트 연출도 초대형 LED 스크린, 무빙 스테이지, 드론쇼 등 요소를 더하면서 비용이 껑충 뛰었습니다.

K팝이 세계에서 인기를 얻으면서 국내가 아닌 세계를 기준으로 가격을 책정하는 영향도 있습니다. BTS, 블랙핑크 등 톱 그룹의 해외 콘서트 VIP석 가격은 기본 50만 원대부터 시작합니다. 특히 북미 지역에는 수요에 따라 실시간으로 가격이 변동되는 '다이내믹 프라이싱'(Dynamic Pricing)이 도입되면서 수요가 폭발하면 가격도 천정부지로 치솟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요. 슈가의 LA 콘서트는 일부 관객이 200만 원대에 사들이면서 놀라움을 자아낸 바 있습니다. 쉽게 말해 해외의 높은 티켓 가격이 국내로 '역수입'되는 겁니다.

하지만 급격한 가격 인상 행렬은 팬들의 반감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데요. 대중의 공연 접근성을 줄이면서 문화예술이 특정 계층의 전유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지적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실로 글로벌 리서치 업체 GWI 조사에 따르면, 영국의 Z세대는 팬데믹이 시작되기 전인 6년 전보다 라이브 음악에 대한 관심이 적은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업체는 지난 5년간 급등한 콘서트와 페스티벌의 티켓 가격을 주원인으로 꼽았습니다. 응답자의 19%는 올해 음악 페스티벌에 참석하는 횟수를 줄이거나 아예 방문하지 않을 예정이라고 답했고요. 페스티벌에 가고 싶다고 응답한 비율도 39%로 2019년(46%)보다 줄어들었죠. 라이브 음악을 적극적으로 찾는 Z세대의 비율도 29%에 그쳤습니다.

이에 기획사들도 단순히 티켓 가격을 올리는 게 아니라 팬클럽 선예매 할인, 멤버십 전용 혜택, 라이브 스트리밍 옵션 등 다양한 방법으로 관객의 부담을 줄이려고도 노력합니다. 결국 티켓 가격을 올리더라도, 그만한 비용을 낼 가치가 있는지 공연을 통해 증명해야 한다는 사실을 기획사들도 인지하고 있다는 걸 방증하는 셈인데요. 티켓 가격 인상은 시장 논리의 결과라는 입장을 내세우기 전에 공연이 그에 상응하는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했는지 먼저 고민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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