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출판계 석권한 새 장르 ‘로맨타지’…정치 피로감에 20년 만에 격변

입력 2025-04-05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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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선, 여성 권리 존중하지 않는 남성의 승리
독서로 현실 도피…독자ㆍ작가도 여성 주역
현실과 달리 “세상 바꾸는 힘 쟁취하는 女 캐릭터”

▲3월 18일(현지시간) 뉴욕 반스앤노블(B&N) 서점에서 열린 헝거게임 작가 수잔 콜린스의 신작 '수확의 일출(Sunrise on the Reaping)' 런칭 행사에 독자들이 앉아있다. 뉴욕/AP연합뉴스
▲3월 18일(현지시간) 뉴욕 반스앤노블(B&N) 서점에서 열린 헝거게임 작가 수잔 콜린스의 신작 '수확의 일출(Sunrise on the Reaping)' 런칭 행사에 독자들이 앉아있다. 뉴욕/AP연합뉴스

미국 출판계를 휩쓴 ‘로맨타지’가 주목받고 있다. 로맨스와 판타지 장르가 결합한 로맨타지는 미국 베스트셀러를 석권하면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무력감을 느끼게 하는 정치 현실에서 쌓인 스트레스와 피로를 전혀 다른 상상의 세계에 빠져 해소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최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분석했다.

지난해 미국 베스트셀러 상위 10개 작품에는 4편의 로맨타지 소설이 이름을 올렸다. 로맨타지 소설의 여왕이라 불리는 작가 사라 J. 마스와 레베카 야로스의 작품이 2편씩 포함됐다.

특히 야로스 작가의 세 번째 작품 ‘오닉스 스톰’은 1월 출간 일주일 만에 판매 부수가 270만 부를 넘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성인용 소설로는 20년 만에 가장 빠르게, 그리고 많이 팔린 작품이다.

로맨타지붐 배경에는 미국 여성들의 정치‧문화 무력감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지난해 11월 대통령선거 결과는 여성 권리를 존중하지 않는 언동을 반복하는 남성들의 승리라는 평가가 있다고 닛케이는 설명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성폭행과 불륜 입막음 등 여성 관련 시비가 끊이지 않았고, J.D. 밴스 부통령도 카멀라 해리스 전 부통령을 향해 경멸적 표현인 ‘아이 없는 고양이 애호가(childless cat ladies)’라고 비방하기도 했다.

10년 이상 미국 로맨스 소설업계를 연구해온 미 콜로라도 볼더대의 크리스틴 라슨 조교수는 “(이런) 현대의 미국을 살아가는 여성들에게는 로맨타지의 메시지가 주는 울림이 크다”고 진단했다. 로맨타지 소설 속에서 여성들은 원치 않는 방식으로 싸울 것을 강요받지만, 고난 끝에 궁극적으로는 세계를 더 나아지게 만드는 힘을 쟁취한다.

출판업계를 이끄는 주역이 여성이라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2024년 베스트셀러 상위 10개 작품을 보면 여성 작가가 70%를 차지한다. 순위에 든 남성 작가의 작품은 아동용 서적과 실천 책뿐이다. 10개 작품 모두가 남성 작가의 작품이었던 20년 전과는 다르다.

미국에서는 여성이 남성보다 독서를 더 많이 하는 추세도 있다. 미 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센터에 따르면 2021년 기준 ‘1년간 책을 한 권이라고 읽었다’고 응답한 사람의 비율이 여성 78%, 남성 73%였다. 2023년 미 노동부 자료에서도 여가활동으로 독서에 소비하는 시간을 조사한 결과 여성이 하루에 약 20분이었던 반면 남성은 12분으로 나타났다.

미국 최대 서점 체인인 반스앤노블(B&N)의 섀넌 데빗 서적 담당 시니어 디렉터에 따르면 로맨타지를 지지하는 독자층도 20대 후반~30대 여성 독자다. 데빗은 약 15년 전 뱀파이어와 여고생이 사랑에 빠지는 트와일라잇과 생존을 위한 전투에 나선 여성 주인공을 다룬 헝거게임 세대가 지금의 로맨타지를 찾는다고 설명한다.

데빗은 “독서는 궁극의 현실도피”라며 “그 도피처는 드래곤이나 요정이 난무하는 판타지 세계도, 조용히 비가 내리는 일본 도쿄의 한 카페라도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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