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소외 심화 숙제…"취약계층 편의성 확보를"

금융권의 디지털 전환 속도가 빨라지면서 은행들이 운영하는 화상단말기 수가 4년간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2일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자동화기기 중 화상단말기 설치 대수는 631대로 집계됐다. 2020년(101대)과 비교하면 6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화상단말기 보급 확대의 가장 큰 배경은 편의성이다. 대표적인 스마트텔러머신(STM)의 경우 신분증, 영상통화, 정맥 인증 등을 통해 본인인증을 하면 은행 창구 업무의 약 80%를 수행할 수 있다. 예·적금 가입을 비롯해 △체크카드·통장 발급 △인터넷·모바일뱅킹 가입 △공과금 납부 등이 가능하다. 직원과의 화상상담도 제공된다.
STM은 설치비용이 들긴 하지만 인건비를 절감하면서 고기능 업무를 수행할 수 있어 운영 효율성이 높다. STM 한 대당 설치 비용은 약 3400만~4500만 원으로 현금자동입출금기(ATM) 한 대 구입 비용(약 1000만 원)의 3~4배 수준이다. 다만 ATM은 연간 약 1500만 원의 운영·관리 비용이 추가로 소요되는 만큼 장기적으로는 STM이 더 경제적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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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 관계자는 “은행권이 ATM을 줄이고 STM을 늘리는 것은 단순한 비용 문제가 아닌 고부가가치 업무를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활용하겠다는 전략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화상단말기 증가는 최근 은행권의 ‘점포 다이어트’ 전략과도 맞물려 있다. 코로나19 이후 비대면·디지털 금융이 빠르게 확산하면서 은행들은 점포 수를 큰 폭으로 줄이는 방향으로 전환하고 있다. 5대 은행의 점포(지점·출장소)는 지난해 말 기준 3843개로 전년 동기(3927개) 대비 84개 감소했다. ATM의 경우 1만9931대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금융당국도 디지털 전환을 촉진하기 위한 정책들을 정비 중이다. 금융위원회의 ‘은행 점포폐쇄 내실화 방안’에 따르면 은행이 점포 폐쇄를 결정하기 전 소비자 불편이 클 것으로 판단되면 이동점포나 STM 등 대체 수단을 마련해야 한다. 향후 은행들이 STM 확충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는 촉매제가 될 수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디지털 전환과 무인화 흐름이 취약계층에 대한 배려 없이 이뤄질 경우 금융 소외가 더욱 심화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고령층이나 스마트폰 이용이 익숙하지 않은 이용자에게는 STM 등 화상단말기 사용이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정지수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금융당국이 사용자 중심의 디지털 금융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며 “기술 투자와 동시에 서비스 접근성이 가장 낮은 사람들에게 우선적으로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