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병억의 유러피언 드림] 56. 캐나다가 EU에 공들이는 이유

입력 2025-04-02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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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대 군사학과 교수·국제정치학

트럼프 관세정책에 ‘이웃사촌’ 격앙
EU 가입 추진…교역·안보협력 1순위

캐나다의 쥐스탱 트뤼도 총리는 2월 12일에 브뤼셀 소재 유럽연합(EU)을 방문해 집행위원장 및 유럽이사회 상임의장과 관계 강화를 논의했다. 그리고 지난달 2일 런던으로 가서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가 주재한 우크라이나 지원 국제회의에 참석했다. 총리로서 그의 마지막 해외 방문이었다.

지난달 4일 트뤼도의 후임으로 총리가 된 마크 카니는 첫 순방지로 17일과 18일 각각 파리와 런던을 찾았다. 그는 이웃인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캐나다의 주권을 존중하지 않는 한 미국을 방문하지 않겠다고 취임 일성으로 강조했다.

이웃 나라를 미국의 51번째 주로 만들겠다고 공언한 트럼프에 맞서 캐나다는 올해들어서 부쩍 유럽과의 관계에 공을 들인다. 우크라이나 지원을 계속하고 규칙에 기반한 국제 질서를 존중하는 유럽과 자국을 가치공동체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캐나다의 EU 가입이 더 이상 환상이 아니다.

對미국 호감도 30년 만에 최저

캐나다를 EU 쪽으로 홱 밀친 것은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다. 그는 지난 1월 취임하기도 전에 캐나다와 멕시코 등 대미 무역의존도가 매우 높은 2개 이웃 나라에 관세전쟁을 선포했다. 트럼프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캐나다를 자국의 51번째 주로 편입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웃이 싫다는데 어떻게 편입하겠다는 것인지 구체적인 방안은 없다. 그는 트뤼도를 총리가 아니라 주지사로 불렀다. 긴밀한 우방을 공개적으로 모욕했다.

다민족 국가로 안정적인 정치체제를 운영해온 자부심이 큰 캐나다에 전혀 예상치 못했는데 이웃이 위협으로 다가왔다. 트럼프 2기 출범 전 캐나다 여론조사에서 EU 가입은 진지하게 설문으로 제시된 적이 별로 없다. 생뚱맞은 일이라 여겨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트럼프가 이 모든 전제를 바꿔 놓았다.

캐나다의 시장조사 기관인 애버커스데이터(Abacus Data)가 2월 말 1500명의 시민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호감도에서 미국은 영국과 EU에 뒤처져 3위로 떨어졌다. 미국에 대한 호감도는 34%로 중국의 28%보다 조금 높을 뿐이고 30년 만에 최저이다. EU 가입 찬성 비율이 46%로 반대보다 17%포인트 높다. 특히 젊은 세대일수록 EU 가입 지지도가 높았다.

전망을 보면 이런 여론의 변화 방향이 더 명확하다. 현재 캐나다에 가장 중요한 국제적 파트너는 미국이 55%로 1위, EU가 43%로 2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앞으로 3~5년간 가장 중요하게 될 파트너로는 EU가 52%로 1위, 영국(44%)이 2위, 미국은 38%로 3위에 그쳤다. 트럼프가 몰고 온 거대한 지정학적 변화와 관세전쟁이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보이기에 캐나다 시민들은 가치공동체로서 지역블록 EU를 미래에 더 중요할 협력 상대자로 선택했다.

그렇다고 캐나다가 곧바로 EU 회원국이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시민들이 EU를 더 중요한 파트너로 여기고 있지만 가입 걸림돌이 많다. 따라서 중장기적으로 캐나다는 EU에 가입하는 것보다는 교역과 안보협력 강화에 힘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캐나다 신임 총리 겸 자유당 총재로 선출된 마크 카니 당선인이 9일(현지시간) 오타와에서 열린 당 대표 발표 행사에서 연설하고 있다. 오타와/AP뉴시스
▲캐나다 신임 총리 겸 자유당 총재로 선출된 마크 카니 당선인이 9일(현지시간) 오타와에서 열린 당 대표 발표 행사에서 연설하고 있다. 오타와/AP뉴시스

‘유럽국가만 가입’ 조항 걸림돌

유럽연합조약 49조에 따르면 유럽국가만이 EU 회원국이 될 수 있다. 물론 조약은 유럽국가가 지리적 개념인지, 문화적 개념인지 설명하지 않는다. 하지만 모로코는 1987년 당시 EU의 전신 유럽경제공동체에 가입을 신청했으나 이런 이유로 거부당했다. 이 조항을 개정하려면 유럽연합 27개국의 만장일치가 필요하다. 따라서 캐나다는 EU와 실질적인 협력을 강화하는 정책을 실행하기 시작했고 이를 계속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캐나다의 제1 교역 상대국은 미국이고 EU가 두 번째다. 캐나다와 EU는 2016년 포괄적경제및무역협정(CETA)에 서명했고 이 자유무역협정(FTA)은 이듬해에 잠정발효됐다. 이후 양자 간 상품교역은 65%, 서비스는 73% 증가했다. 2023년 양자 교역은 1265억 달러, 서비스는 649억 달러 정도를 기록했고 유럽으로 수출되는 캐나다 상품의 98%가 무관세다.

이에 반해 교역의 75%가 가는 미국이 캐나다산 수입품에 최소 25%의 관세를 부과했기에 캐나다는 계속해서 다른 시장을 개척해야 한다. 가스와 원유 등 지하자원이 풍부한 캐나다의 이런 수출품이 유럽에는 필요하다. EU는 2년 전부터 리튬과 흑연, 니켈, 코발트 등 재생에너지 전환에 필요한 전략광물의 자급을 위해 아프리카와 남미 등 많은 국가와 협력을 강화 중이다.

스위스와 노르웨이는 EU 회원국이 아니지만 유럽연합의 단일시장에 접근할 수 있다. 유럽연합과 양자협상을 거쳐 세계 최대의 단일시장 접근권을 얻어냈기 때문이다. 앞으로 캐나다도 이런 정책을 선택할 수 있다.

‘대미 강경책’ 카니 총리 지지율↑

오는 28일 캐나다는 조기 총선을 치른다. 지난달 초 총리에 취임한 자유당의 카니 당수는 반트럼프 정서를 타고 10월 예정인 선거를 앞당겼다. 10년간의 트뤼도 총리 시절 캐나다는 물가와 주택가격 등이 급등하면서 유권자들이 집권 자유당으로부터 등을 돌렸다. 그러나 트럼프의 캐나다 공격이 이런 판을 엎어버렸다. 제1야당 보수당은 트럼프 2기 취임 전에 자유당보다 최소 20%포인트 지지율이 앞섰지만 지난달 24일 설문조사에 따르면 38%로 자유당보다 8%포인트 뒤진다. 자유당의 지지율이 지속적으로 상승세다.

보수당의 피에르 폴리에브 대표는 ‘캐나다 우선’을 내세우지만 친트럼프 행보로 유권자들의 비판을 받았다. 카니 총리는 “미국은 우리를 소유하려 하고 우리를 무너뜨리려 한다. 우리는 그런 일이 일어나도록 내버려두지 않을 것”이라며 대미 강경방침을 선언했다. 그는 파리와 런던 방문 때 유럽산 첨단 전투기 구입도 타진했다. 2년 전 자유당 정부는 미국의 첨단 전투기 F-35 88대를 190억 캐나다 달러(약 19조 원)에 구입하겠다고 밝혔으나 트럼프 재집권 후 이를 재검토 중이다.

캐나다와 EU 모두 트럼프의 관세부과로 어려움을 겪고 있고 우리도 유사한 입장이다. 캐나다는 EU와 관계를 강화하고 미국산 전투기 구입 재검토로 협상력을 극대화 중이다.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니다. 트럼프 재집권으로 각국이 각자도생을 고민하는 만큼 캐나다의 EU 관계 강화는 우리에게도 타산지석이다. 대구대 교수(국제정치학)

‘하룻밤에 읽는 독일사’ 저자

팟캐스트 ‘안쌤의 유로톡’ 제작·진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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