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극적 스탠스로 급전환
당국 압박에 '눈치보기'(?)
법인 회원 선점을 위해 적극적인 홍보를 진행하던 가상자산 거래소들이 일제히 관련 공지와 팝업 안내를 내렸다. 거래소 자체 판단에 따른 결정이라는 입장이지만, 소통 과정에서 당국의 ‘눈치 주기’가 있었던 게 아니냐는 의견이 나온다.
3일 국내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법인 회원 모집에 적극적이던 일부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들이 관련 공지 및 팝업 안내문 등을 일제히 내렸다. 앞서 국내 가상자산 원화 거래소 중 업비트, 빗썸, 코빗은 지난달 말부터 법인 회원을 적극적으로 유치하려는 움직임을 보인 바 있다. 세 거래소 모두 홈페이지 첫 화면 팝업 안내 및 대형 배너를 통해 법인 회원가입 문의를 시작했다고 홍보했고, 업비트와 빗썸은 관련 공지를 게시하기도 했다.
이들 거래소는 1일 오후 관련 내용을 대부분 일제히 내린 상황이다. 한 거래소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법인 계좌 관련 지침이 아직 나오지 않아 우선 공지를 내렸다”고 했고, 또 다른 관계자도 “수정 및 보완 사항이 있어 배너 안내 등을 삭제했다”고 밝혔다. 이들 관계자는 모두 거래소의 자체적인 판단에 따라 공지 등을 내렸고, 공지나 팝업과 별개로 법인 회원가입 문의는 계속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당국의 입김이 전혀 작용하지 않았을 가능성은 낮다는 의견도 있다. 최화인 초이스뮤온오프 대표는 이런 일들이 업계에 종종 있어 왔다고 했다. 최 대표는 “2017년 연말에도 금융투자사나 증권사들이 가상자산 산업에 진입하려다 일제히 철회했던 적이 있었는데, 당시에도 당국은 개입한 바가 없다고 했다”면서 “그런데 업계가 무언가를 진행하려다 일제히 멈추는 것이 당국 가이드 없이는 사실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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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당국의 보이지 않는 영향력에 상황이 갑자기 바뀌는 것은 시장이 자율적인 형태로 움직이지 못하고 관의 주도하에 움직이고 있다는 인상을 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것 같다”면서 “단계적 허용이 결정된 상황인데도 영업 행위에 대해서는 일관성이 깨진 것 같다”고 했다. 이어 “보통 정책을 펼칠 때 업계와도 시차 등을 조율할텐데, 지금처럼 갈팡질팡하는 모습은 당국 정책은 물론 거래소에 대한 신뢰를 모두 떨어뜨릴 것”이라고 우려했다.
당국 역시 강제적인 지시 사항이 없었다는 입장이다. 금융감독원 가상자산감독국 관계자는 “(법인 회원 모집 광고를) 당국도 인지하고 있었고, 관련 소통도 있었다”면서 “강제적인 지시는 없었고, 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이어 “거래소들이 (적극적인 모집은) 아직까지는 시기상조라고 판단해 내린 걸로 생각하고 있다”면서도 “(법인 관련 내용이) 아직 구체적으로 확정된 것이 없는데, 거래소들이 서두른 감이 없지 않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