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금융사가 투자한 해외 부동산 대체투자의 기한이익상실(EOD) 사유 발생이 여전히 증가세인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감독원은 올해 초 증권사·자산운용사 최고경영자(CEO)들에게 발송한 CEO레터 '1호' 주제로 부동산·대체투자 섹터를 콕 집어 유의사항까지 전달했지만, 시장 개선은 지연되고 있다.
금감원이 3일 발표한 '금융회사 해외 부동산 대체투자 현황'(2024년 3분기 말 기준)에 따르면 국내 금융사가 투자한 단일 사업장 34조3000억 원 중 2조6400억 원(7.71%)에서 EOD 사유가 발생했다. 이는 1년 전인 2023년 3분기 2조3100억 원(6.46%)보다 1.25%포인트(p) 증가한 수준이다. EOD란 투자 위험이 커졌다고 판단해 채권자가 채무자로부터 만기 전에 대출금을 회수하는 것을 뜻한다.
EOD 발생 규모는 2023년 말 2조4100억 원에서 작년 1분기 말 2조5000억 원으로 900억 원 증가했고, 2분기 말에는 1100억 원 증가한 2조6100억 원이었다. 3분기에도 400억 원 증가했다. 분기별 증가세는 소폭 둔화하는 추세이나, EOD 발생 규모는 증가 중이다.
자산 유형별로는 해외 오피스의 EOD 발생 규모가 7700억 원(4.22%)로 가장 많았고, 주거용(2500억 원), 호텔(200억 원) 순이었다. 무디스에 따르면 해외 오피스 공실률은 20.1%로 소매(10.3%), 산업시설(6.7%)에 비해 훨씬 높았다.
금감원 관계자는 "오피스 시장은 유연근무 확산 등 구조적 요인과 맞물려 공실률이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등 불황이 지속 중"이라면서도 "국내 금융회사는 오피스 투자자산을 중심으로 손실 확대 가능성이 높으나, 투자 규모가 크지 않고 손실흡수능력도 충분해 시스템리스크로 전이될 가능성은 낮다"고 평가했다.
다만 "통화정책 긴축 완화에도 불구하고 미 대선 전후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 증대 등으로 해외 부동산 시장의 개선이 지연되고 있다"며 "금융회사의 해외 대체투자 업무 제도개선을 조속히 마무리*하고, 투자 관리 역량 확보 하에 해외 대체투자가 이루어지도록 감독을 강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금융권의 해외 부동산 대체투자 잔액은 작년 3분기 말 기준 55조8000억 원으로 전 분기 대비 5000억 원 감소했다. 이는 금융권 총자산 7182조7000억 원의 0.8% 수준이다. 통화정책 긴축 완화에도 불구하고 미 대선 전후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 증대 등으로 해외 부동산 시장의 개선이 지연되면서 신규 물량이 줄어들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업권별로는 보험이 30조4000억 원으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고, 은행(12조 원·21.5%), 증권(7조7000억 원·13.8%), 상호금융(3조6000억 원·6.5%), 여전(2조 원·3조6000억 원), 저축은행(1000억 원·0.2%) 순이다. 북미 지역(61.6%) 투자가 가장 많았고, 이어서 유럽(19.4%), 아시아(6.8%) 등지에 투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