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BIS 비율 0.26%↓
“환율 오름세 지속될 것”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판이 마무리됐지만, 은행들은 여전히 긴장 상태다. 정국이 안정되면서 금융시장이 일시적 반등세를 보였지만 환율 변동성과 자본비율 하락 등 금융 시스템 전반에 걸친 부담은 여전히 남아있다.
4일 오전 원·달러 환율은 장중 1430.2원까지 하락하며 약 한 달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탄핵 심판이라는 국내 정치 이벤트가 일단락되면서 외환 시장은 안도감을 드러냈다. 그러나 이 같은 환율 하락은 일시적일 뿐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경기 둔화 우려, 미국의 상호관세 등 대외 불확실성은 여전히 금융시장을 압박하고 있어서다.
당분간 국내 은행들의 건전성 지표 개선을 기대하긴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해 은행권의 건전성 지표는 전 분기 대비 일제히 하락했다.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24년 말 은행지주회사 및 은행 BIS 기준 자본비율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말 국내은행의 보통주자본비율은 13.07%로 3분기 말(13.34%) 대비 0.26%포인트(p) 떨어졌다. 환율 상승으로 위험가중자산이 확대된 영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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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기간 기본자본비율은 14.37%, 총자본비율은 15.58%로 각각 0.28%p, 0.26%p 하락했다. 단순기본자본비율도 6.77%로 0.03%p 낮아졌다.
BIS 기준 자본비율은 은행권의 건전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지표다. 은행의 위험가중자산과 총자본을 계산한 값으로 숫자가 높을수록 건전성이 높음을 의미한다.
금감원은 "지난해 4분기 중 환율 상승으로 인해 외화자산 등의 위험가중자산이 전 분기보다 크게 증가하면서 자본비율이 하락했다"면서 "올해 고환율이 지속하고 대내외 불확실성 등으로 신용손실 확대 가능성도 증가해 자본 여력을 높여 나갈 필요가 있다"고 평가했다
위험가중자산도 늘어났다. 지난해 4분기 은행권에서 늘어난 위험가중자산은 36조8000억 원으로 전 분기 대비 71% 급증했다. 은행들이 외화자산을 보유한 만큼 환율 변동은 곧장 자본 건전성에 영향을 미치는 셈이다.
문제는 윤 전 대통령 탄핵 선고 이후에도 고환율이 잡히긴 쉽지 않을 거라는 점이다. 은행의 건전성 지표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기대하긴 어렵다는 얘기다.
미국의 상호관세로 달러 강세가 이어져 올해 2분기까지 환율이 오름세를 유지할 수도 있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은 "대외 불확실성이 높은 만큼 환율의 추가 하락 폭 확대는 제한될 전망"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