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기의 상황에서 최근 우리와 비슷한 문제를 겪고 있는 독일에서 반면교사의 교훈을 찾아보면 우리가 갈 길이 보일지도 모를 일이다.
사실 독일이 세계 무대에서 경제적으로 성공한 이유는 첫째, 러시아에서 생산한 저렴한 에너지, 둘째, 대외개방적 시장에 기초한 수출주도형 경제모델, 셋째, 국방정책의 책임을 미국에 아웃소싱한 것이다. 그런데 이제 러시아의 싼 에너지 공급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막혀버렸다.
트럼프의 관세전쟁으로 인해 개방경제의 이점은 사라지고 그동안 경쟁력을 가지고 있던 자동차, 기계, 화학산업은 중국의 저가공세로 흔들리고 있다. 얼마 전 미국은 유럽 방위비는 유럽 스스로 부담하라고 했는데, 이는 그동안 국방비에 최소한만 투자한 독일에게 그야말로 청천벽력이었다. 이렇게 독일 경제는 서서히 망가져 이제는 유럽의 병자로 취급받고 있다.
이에 최근 연방선거에서 승리한 기독민주당(CDU)·기독사회당(CSU)과 사회민주당(SPD) 연립정부의 메르츠 총리(후보)가 집권 전부터 큰 돌파구를 마련하였다.
3월 21일 독일 연방상원은 인프라·국방 투자를 위한 기본법(헌법) 개정안을 가결시킴으로써 2차대전 이후 최대 규모 경기 부양책으로 꼽히는 5000억 유로(약 793조 원) 규모로 향후 12년간 사용할 인프라 투자예산을 사실상 확정했다. 마르쿠스 죄더 CSU 대표 겸 바이에른주 총리는 이를 “독일판 마셜플랜”이라고 불렀다.
기본법 개정에 따라 연방정부는 연간 신규 부채를 국내총생산(GDP)의 최대 0.35%로 제한한 부채한도 규정과 무관하게 인프라 특별기금을 조성할 뿐만 아니라, 국방비도 GDP의 1%를 초과하면 부채한도 예외를 적용하기로 해 사실상 무제한으로 늘릴 수 있게 되었다. 국방비는 현재 GDP의 2% 안팎에서 3.5%로 늘릴 경우 연간 1500억 유로 정도로 확대될 것이다.
새 연방정부는 인프라를 현대화하고 독일의 방위력을 신속하게 증강하기 위해 투자를 확대하려고 한다. 또한 관료주의를 축소하고 노동시장을 개혁하려고 한다. 사실상 수십억 달러가 산모 연금 인상, 요식업계 부가가치세 감면, 통근 수당 인상, 농업용 디젤세 인하 등과 같은 소비 지출에 흘러가 낭비되어 물가만 올린다면 치명적일 것이다. 무엇보다도 비대해진 독일 관료주의를 대규모로 축소하고 디지털화를 추진하려고 한다.
경직된 노동시장에서도 뭔가 변화가 일어나야 한다. 현재 많은 기업이 직원 감축을 고려하거나 발표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숙련된 인력이 부족할 것이다. 예를 들어, 건설 부문에서 대규모 투자가 진행될 때 노동수요는 증가하지만 적절한 노동력이 공급되지 않는다면 임금은 인상될 것이다. 임금인상에 뒤따르는 높은 인플레이션은 경기회복에 대한 전망을 어둡게 할 수 있다.
우리가 독일 사례에서 얻는 교훈은 단순하다. 탄핵정국과 관련된 정치사회적 위기와 트럼프의 관세전쟁에 의한 경제적 위기 상황에서 한·미·일 간 새로운 안보 동맹을 구축하고, 성장동력을 위해 규제를 대폭 완화하고, 고령화 저출산으로 인한 중장기적 노동력 부족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획기적 이민정책을 수립하고, 공무원연금 군인연금을 포함한 보다 과감한 연금개혁과 의료체계를 혁신하고, 세법상 공정성을 보다 확고히 보장해야 할 것이다.
위기는 곧 기회이니 우리나라가 승풍파랑(承風破浪) 즉, 큰 바람을 타고 큰 물결을 넘어 더 빠르게 더 멀리 나아가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