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M3E 12단 이르면 2분기 공급 기대
반도체 美 '품목 관세'에 불확실성 여전
삼성전자가 1분기 시장 기대치를 웃도는 성적표를 받은 것은 스마트폰 신제품 갤럭시 S25의 판매 호조와 예상을 넘은 D램 출하량 덕분으로 풀이된다. 당초 5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3E) 납품 지연과 주요 제품 경쟁 심화 등의 악재로 부정적이었던 것에 비하면 선방한 것이다.
글로벌 정보기술(IT) 수요가 점차 개선되면서 삼성전자의 실적이 회복세로 접어들 것이란 관측도 나오지만 아주 낙관적이진 않다. 트럼프발(發) 관세 변수 때문이다. 2분기 이후에는 미국의 관세 리스크로 실적 가시성은 여전히 제한적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8일 삼성전자가 발표한 연결 기준 올해 1분기 매출은 79조 원, 영업이익은 6조6000억 원으로 모두 시장 기대치를 훨씬 웃돌았다. 시장에서는 메모리 수요 회복에 따라 1분기를 기점으로 실적이 점차 반등할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린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스마트폰, PC 업체들의 재고조정 완료로 2분기부터 범용 메모리 구매 수요가 발생해 D램, 낸드 가격 상승이 예상된다”며 “올해 메모리 수요는 공급을 상회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실제 범용 메모리 가격은 반등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3일 기준 범용 D램 제품인 ‘더블데이터레이트(DDR) 8기가비트(Gb) 2666’ 현물가격은 1.951달러로, 지난달 3일 최저치였던 1.722달러 대비 13.3% 올랐다. 낸드 역시 메모리카드·USB용 범용 제품(128Gb 16Gx8 MLC)의 지난달 평균 고정거래가격은 전월보다 9.61% 오른 2.51달러를 기록했다. 삼성전자는 현재 주요 고객사들과 메모리 가격 인상 등을 논의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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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록호 하나증권 연구원은 “(중국의) 이구환신(낡은 제품을 새것으로 교체 지원) 정책으로 스마트폰 채널 재고의 소진이 확인되고, 딥시크 이후 관련 수요 증가도 계속 언급되고 있다”면서 “관세를 앞두고 선제적으로 물동량도 증가해 메모리 가격 하락은 조기에 마무리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르면 2분기부터 5세대 HBM인 HBM3E 12단 제품을 공급할 것이란 기대감도 크다. 삼성전자는 현재 인공지능(AI) 시장 큰손인 엔비디아에 해당 제품에 관해 퀄테스트(품질 검사)를 진행 중이다.
하지만 최근 미국의 관세 압박이 향후 삼성전자 실적에 큰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스마트폰, TV, 가전 등 삼성전자의 대부분 사업이 관세 영향의 사정권에 있다. 반도체는 상호 관세에서 제외됐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품목 관세 적용을 예고하면서 불확실성은 커지고 있다. 환율도 악재다. 최근 달러가 급등하면서 원자재 및 일부 부품 수입 원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어 제조비용 측면에서는 부담 요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사업별로 글로벌 생산망을 유연하게 활용해 대응하겠다는 전략이다. 용석우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 사장은 전날 서울 서초구 삼성 강남에서 열린 ‘언박스&디스커버 2025’ 행사에서 “(미국 수출용) TV는 대부분이 멕시코에서 만들어진다. 경쟁사 대비 관세 영향은 적을 것으로 보이지만 지켜보는 중”이라며 “세계 10개의 생산거점이 있어서 관세에 따라 생산거점을 통해 관세로 인한 파고를 넘어가려 한다”고 말했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2분기는 메모리 평균판매가격(ASP) 상승으로 실적 개선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 점은 긍정적”이라며 “하지만 파탄적인 관세가 실행될 경우 하반기에는 수요 감소와 상반기 중 쌓인 재고로 이중 부담이 될 리스크를 배제할 수 없어 낙관적으로만 보기는 어려운 국면”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