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가 하락’ 신중론…“관세 여파 불확실성 지속”
최근 미국발(發) 관세 충격으로 국내외 증시가 폭락하자 개인투자자들이 증시 상승세에 베팅하는 상장지수펀드(ETF)를 집중적으로 사들이고 있다.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7~8일 개인은 코스피200지수를 2배로 추종하는 ‘KODEX 레버리지 ETF’를 3394억 원어치 순매수했다. 이 기간 국내 상장 960여개 ETF 중 개인 순매수 1위에 해당하는 규모다. ‘KODEX 코스닥150레버리지’는 1493억 원어치를 담았다.
같은 기간 서학개미(미국 증시에 투자하는 국내 투자자)도 비슷한 움직임을 보였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7일 기준 국내 투자자 미국주식 보관금액은 868억6174만 달러로, 1월(1136억9842만 달러)에 비해 23%가량 쪼그라들었다.
그러나 레버리지 상품 투자 열기는 뜨겁다. ICE 반도체지수의 하루 수익률을 3배 따르는 ‘디렉시온 세미컨덕터 불 3배(SOXL)’로 4억7297억 달러어치 매집했다. 그 뒤를 이은 상품은 나스닥100지수 하루 수익률을 3배로 좇는 프로셰어즈 울트라프로 QQQ(1억6818억 달러)였다.
국내외 주요 지수 반등을 기대한 저가 매수세가 유입된 것으로 보인다. 7일 ‘검은 월요일’을 비롯한 3거래일간 코스피는 7.07%, 코스닥은 6.61% 하락했다. 이달 들어 나스닥이 12% 넘게 빠진 데 이어 S&P500(-11.54%), 다우존스(-10.34%) 등도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다만 증권가는 한국은 물론 미국도 지수가 추가 하락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신중론을 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협상에 적극 나서겠다고 밝혔지만, 관세 부과가 미국 물가와 경기에 미칠 파급력의 규모가 불확실한 만큼 시장 향방에 대해 합리적 수준에서 예측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조준기 SK증권 연구원은 “시장이 이성적이라고 보기 힘든 상황으로 밸류에이션 저점 등의 논리가 작동하지 않을 수 있다”며 “문제가 단기간에 깔끔하게 해결될 수 없기에 추가적 노이즈 발생 시 낙폭이 더 나올 수 있는 상황이며 반등한다고 하더라도 그 폭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양일우·박혜란 삼성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정부 1기에 비해 무역 분쟁의 전선이 넓고 더 격화할 가능성이 있으며, 이런 부정적 영향은 국내 기업 실적에 시차를 두고 반영될 수 있다”며 “미국 증시가 과열 국면에 진입했을 때 노이즈가 발생할 여지를 고려하면 S&P500지수가 최대 4500포인트까지 하락할 위험이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