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이후 미국 조선산업 붕괴
한국 자본·인프라 절실
미국, 방위비 등 패키지 협상 추진할 듯
중국이 조선과 해운 분야에서 무섭게 성장하자 미국이 본격적인 견제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한국 조선업과 협력이 절실한 상황이다. 우리 정부는 상호관세 논의에서 이를 중요한 협상 카드로 활용할 예정이다.
9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과 CNN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조선업을 되살리고 글로벌 해운업계에 대한 중국의 지배력을 약화하기 위한 행정명령에 서명했다고 보도했다.
행정명령 시행은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주도한다. 중국에서 건조했거나 중국 선적인 선박이 미국 항구에 들어올 때 더 비싼 ‘정박료’를 부과할 계획이다. 예컨대 유럽 선사가 중국에서 건조한 화물선으로 미국에 화물을 보내면 불이익을 받는 셈이다. 로이터는 이런 규제가 동맹 또는 우방국에 강요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우회경로도 차단한다. 이것은 미국 국토안보부가 담당한다. 만약 중국 선박이 미국 항구의 비싼 정박료를 피해 캐나다 또는 멕시코에 정박한 뒤, 이 화물을 육로 운송으로 미국에 보낸다면 이것까지 제재하겠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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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에 따르면 중국 조선소는 화물 용량 기준으로 매년 전 세계에서 건조되는 상선의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이는 1999년의 5%에서 급성장한 것이다.

이처럼 중국 선박과 해운·물류 서비스까지 광범위한 제재가 이어질 것으로 관측되는 가운데 한국 조선업이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중국 선사는 물론 현지 건조 선박까지 대상으로 삼은 만큼, 한국 조선업 수주에 일부 반사이익이 기대된다. 이는 조선업체는 물론 협력사와 부품사를 포함한 산업 생태계 전반에 적잖은 순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조선사 고위 관계자는 “미국이 하나의 선박을 건조하는 데 걸리는 시간과 비용은 중국의 세 배 이상이다. 그만큼 조선 분야 생태계가 많이 무너진 상태”라며 “선박 건조는 물론 인프라와 협력사·부품사 등이 붕괴한 만큼, 이와 관련해 탄탄한 산업 생태계를 갖춘 한국의 협조가 절대적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우리 정부 역시 이를 십분 활용해 상호관세 협상에 활용할 예정이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이날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한미 양국의 조선 협력에 대해 트럼프 행정부가 큰 관심을 보였다”라면서 “조선 분야가 (대미 관세 협상에서) 굉장히 중요한 협상 카드”라고 말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이슈를 거론하면 무역과 묶어서 패키지 협상으로 하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밝혀 만만치 않은 협상이 될 것을 시사했다.
상호관세 협상을 위해 방미 중인 정인교 통상교섭본부장은 워싱턴 주미대사관에서 열린 특파원 간담회에서 “우호적 분위기가 형성됐고 협상의 큰 틀이 마련됐다”면서 “단판 승부로 끝나지는 않을 것”이라며 본격적인 협상 주도권 경쟁이 시작됐음을 암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