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영화 수입 제한 등 비관세 조치도
양보 없는 대치에 세계 경제도 우려
우방에 눈 돌려 동남아 순방 떠나는 시진핑
미국이 중국에 부과하는 관세가 125%가 아닌 145%로 확인되고, 중국은 미국 여행 자제령 및 영화 수입 축소 등 비관세 조치까지 더하면서 출구 없는 치킨게임이 계속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관세로 중국을 압박하면서도 “시 주석도 대화를 원할 것”이라고 말하는 등 중국에 유화적 제스처를 취한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반면 강경한 입장을 이어가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우방국과의 결속 강화를 위한 동남아 3국(베트남‧말레이시아‧캄보디아) 순방에 나선다.
10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백악관은 이날 미국이 중국산 수입품에 부과한 합계 관세율이 145%라고 밝혔다. 전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의 보복 관세에 대응하는 조치로 총 관세를 125%까지 올려 10일 오전 0시 1분을 기점으로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백악관은 125%가 합계 관세율이 아니라 앞서 미국이 펜타닐 등 마약 밀반입 근절을 위한 조치로 부과한 20%(10%+10%)에 더해지는 상호관세라고 설명했다. ‘무역파트너의 보복과 지지를 반영하기 위한 상호관세율 수정’ 행정명령에도 기존 대중 상호관세율 84% 대신 ‘125%’로 대체한다는 내용이 반영됐다.
미국이 전 세계를 대상으로 철강과 알루미늄, 자동차와 차 부품 등의 품목에 대해서도 개별적으로 25% 관세를 부과했기 때문에 145%는 중국에 있어 최소 관세율인 셈이다.
중국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 중국은 2일 상호관세 발표에 34%라는 보복 관세로 대응했고 서로 관세를 높이다 이번에는 비관세 조처를 한 것이다. 신화통신에 따르면 중국 국가영화국은 입장문을 내고 미국 영화 수입량을 줄이겠다고 밝혔다. 중국은 이미 영화 수입을 제한하고 있어 큰 손해는 보지 않으면서도 상징적인 조치로 풀이된다.
중국 문화관광부는 전날 자국민에게 미국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위험을 충분히 평가하고 신중을 기하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양보 없는 양국 대치에 결국 미‧중 간 교역이 중단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에리카 요크 미 싱크탱크 택스파운데이션 이코노미스트는 CNBC방송에 “일반적으로 관세가 세 자릿수가 되면 대부분의 무역이 종료될 것”이라며 “대체재 없어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품목이 있을 수 있지만 대부분은 거래를 중단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아마존에 입점한 중국 판매상들은 가격 인상이나 미국 시장 철수를 고려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미‧중 관세 보복전의 악영향은 세계 경제로도 확산하고 있다. 부동산 위기와 내수 부진을 겪는 중국이 관세 대응을 위해 위안화 절하 조치도 취하고 있어 중국에는 스태그플레이션 위험도가 상승하고 있다. 다이이치생명경제연구소의 니시하마 도루 수석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1%포인트(p) 낮아지면 세계 경제성장률은 0.2%p 낮아진다.
한편 시 주석은 미국과의 신경전을 뒤로하고 올해 첫 해외 순방을 위해 14일부터 18일까지 베트남(상호관세 49%)과 말레이시아(24%), 캄보디아(46%)를 찾는다. 중국과 밀착해온 동시에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로 골머리를 앓는 국가들로, 협력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행보라고 이코노미스트는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