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류 특화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 및 상용화 협력
이재용ㆍ이재현 부친 세대 갈등 끝내고 화해 무드

삼성전자와 CJ그룹이 손을 맞잡았다. 삼성전자의 로봇 자회사 레인보우로보틱스와 CJ그룹의 물류 계열사 CJ대한통운이 인공지능(AI) 기반 휴머노이드 물류 로봇 공동 개발에 나선다. 특히 사촌 사이인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협력은 양가(兩家) 간 오랜 갈등을 봉합하고 미래 산업에 공동 대응하는 행보로 주목받고 있다.
CJ대한통운은 17일 레인보우로보틱스와 ‘AI 기반 휴머노이드 물류 로봇 개발 및 상용화’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양사는 반복적 수작업이 많은 물류 산업에 최적화된 AI 로봇 솔루션 개발에 협력한다. 특히 물류 현장에 투입 가능한 ‘사람처럼 판단하고 움직이는’ 휴머노이드 로봇을 개발해 자동화 난도가 높은 물류 산업의 혁신을 꾀한다는 전략이다.
레인보우로보틱스는 협동로봇, 자율이동로봇(AMR) 등 고도화된 하드웨어 기술을 제공하고, CJ대한통운의 물류 환경에 맞춘 플랫폼을 개발한다. CJ대한통운은 로봇이 투입될 수 있는 수작업 공정을 선별하고, 테스트와 실증을 통해 기술의 현장 적용 가능성을 검증한다. AI 기반 제어 소프트웨어도 직접 개발해 로봇 플랫폼과의 연동성을 높일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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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협약의 핵심은 ‘에이전틱 AI’로 불리는 자율 판단형 AI 기술이다. CJ대한통운은 실시간 데이터 분석을 기반으로 로봇이 스스로 사고하고 결정할 수 있는 이 기술을 바탕으로 물류 전 과정의 자율 운영체계를 구축하겠다는 목표다.
양사는 올 연말부터 실제 물류센터에서 시범 테스트에 돌입한다. 이후 상용화를 통해 CJ대한통운 주요 물류 거점에 순차 도입될 예정이다.
이번 협업은 기술적 의미를 넘어 삼성과 CJ라는 재계 대표 그룹의 ‘화해’라는 상징성을 지닌다. 과거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과 고 이맹희 CJ그룹 명예회장은 유산 상속 문제를 두고 법정 공방을 벌이며 끝내 갈등을 봉합하지 못했다. 이후 3세 경영이 시작된 후에도 양사는 간헐적인 교류 외에는 특별한 협력 구도 없이 평행선을 달려왔다.
하지만 이번 로봇 협력을 계기로 두 그룹은 3세 경영 체제 하에서 관계 정상화를 모색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재용 회장과 이재현 회장이 과거의 앙금을 걷고 미래 기술 동맹을 선택한 셈이다. 삼성전자가 로봇 기술을 강화하고 있는 가운데, CJ그룹은 스마트물류 혁신에 속도를 내며 접점을 찾은 것으로 풀이된다.
김정희 CJ대한통운 TES물류기술연구소장은 “이번 협업은 단순 자동화를 넘어 AI 로봇이 스스로 판단하고 움직이는 국내 첫 사례가 될 것”이라며 “AI와 로보틱스의 융합으로 차세대 물류 패러다임을 선도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