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화정책 결정 전 영향 명확해지길 기다릴 것”
‘크립토·은행 관련 규제 완화’ 전망에 일부 반등
“기관 참여로 안정성↑…이전과 다른 양상” 분석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이 시카고 경제클럽 주최 대담 발언을 통해 이날 하루 가상자산 시장을 뒤흔들었다. 대장주 비트코인은 파월 의장의 ‘매파적 연설’에 급락을 보였으나, 이어진 대담에서 나온 친(親) 가상자산 발언에 일부 반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업계에서는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출시 이후 늘어난 기관 참여가 시장을 바꿨다는 분석이 나온다.
17일 가상자산 시황 플랫폼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오후 1시 30분 기준 비트코인 가격은 전날보다 0.51% 상승한 8만3969달러를 나타내고 있다.
비트코인은 이날 새벽 한때 8만3314달러까지 후퇴하기도 했다. 16일(현지시간)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이 시카고 경제클럽 주최 대담에 참석해 매파적 발언을 쏟아내면서다.
파월 의장 연설 직전 8만5324달러에 거래되던 비트코인은 연설 시작 이후 30분 만에 2000달러 가까이 급락하며 한때 8만3314달러까지 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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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월 의장은 연설에서 “미국 경제는 불확실성에도 여전히 견고하다”면서도 “예상보다 큰 관세가 인플레이션을 자극하고, 경제 성장을 둔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그는 특히 최근 글로벌 경제를 뒤흔들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 관세 정책 등에 대해 “정책의 영향으로 연준이 달성하고자 하는 완전 고용과 물가 안정이라는 두 가지 목표에서 벗어날 가능성이 있다”면서 “연준의 역할은 이 관세가 가격 인상을 단 한 번만 유발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통화정책 조정을 검토하기 전에 경제 영향에 미치는 영향이 더 명확해 질 때까지 기다릴 것”이라고 말해 통화정책에 대해서는 여전히 신중한 입장을 내비쳤다.
파월 의장의 발언은 시장이 바라는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을 꺾어놨다. 시카고상품거래소 페드워치 툴 기준 5월 FOMC에서의 0.25% 금리 인하 확률은 전날 18.6%에서 이날 13.5%까지 하락했다.
다만, 비트코인은 파월 의장의 가상자산 관련 긍정적인 발언으로 한때 8만4630달러까지 상승하며 낙폭을 축소하기도 했다.
파월 의장은 친 가상자산 정책의 가능성과 잠재적 위험에 대한 질문에 “가상자산은 제도권에서 주류화되고 있다”면서 “상하원이 모두 논의하고 있는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법적 프레임워크 마련은 좋은 생각이고 긍정적”이라고 답했다.
가상자산 관련 은행 규제도 일부 완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가상자산에 대해) 은행과 연준은 가상자산에 대해 꽤 보수적인 입장을 취해 왔다”면서도 “투자자 보호와 은행의 안정성을 저해하지 않는 선에서, 산업 혁신을 위해 규제가 어느 정도 완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대해 김동혁 디스프레드 리서처는 “파월 의장의 가상자산 제도화와 관련된 발언은 단기적으로 비트코인 가격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다”면서 “장기적으로도 제도적 안정성 강화, 기관의 진입 장벽 완화 등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기대된다”고 평했다.
업계에선 최근 늘어난 기관의 참여로 비트코인 사이클 자체가 변화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16일(현지시간) 에릭 발추나스 블룸버그 ETF(상장지수펀드) 수석 애널리스트는 자신의 X(엑스)에 “비트코인이 최근 비교적 안정적인 이유는 소유자(기관 참여의 증가)가 더 안정적으로 변했기 때문”이라면서 “이는 분명 (비트코인의) 안정성을 높이고, 장기적으로 변동성과 상관관계를 감소시킬 것”이라고 했다.
국내 온체인 분석가 크립토 댄 역시 최근 “ETF 승인 이후, 시장은 점차 구조화되고 있으며 기관 자금의 유입이 늘어났다”면서 “이런 흐름은 단기 급등보다는 비트코인 중심의 계단식 상승 구조를 만들어낸다”고 밝힌 바 있다.
현재 가상자산 시장 사이클은 직전 사이클(2020~2021년)과 금리와 유동성 측면에서 차이가 있고, 개인에서 기관으로 비트코인의 수요가 옮겨가면서 다른 양상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