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일본과의 관세협상을 두고 '큰 진전(big progress)'이라고 표현하는 등 한미 관세 협상의 가늠자가 될 미일 협상이 진행됨에 따라 한국 정부도 미국과의 무역 협상 전략을 본격적으로 재정비하고 협상 무대에 올라선다.
트럼프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열린 미일 고위급 무역협상에 참석해 “일본이 오늘 관세, 주둔비용, 무역 공정성에 대해 협상하러 왔다”라며 “좋은 결과가 있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협상은 미국이 2일 발표한 이른바 '해방의 날(Liberation Day)' 관세 조치 이후 처음으로 열린 고위급 대면 협상이다. 미국은 이미 철강·자동차에 25% 관세를 부과했고, 일본을 상대로 상호관세 24%를 발효하기로 한 상태다. 앞서 일본은 미국 관세 정책에 거듭 유감을 나타냈고 제외를 요청했으나,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이어 일본은 미국의 24% 관세 부과 조치에 대응해 협상을 요청, 빠르게 고위급 외교 채널을 가동해 유예 또는 면제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다.
미일 양국은 다음 협의를 이달 중 실시하기 위해 일정을 조율하고, 장관급뿐 아니라 실무 레벨에서도 관세 협의를 이어가는 것은 물론, 되도록 조기에 합의해 정상이 결과를 발표하기로 뜻을 모았다. 교도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협상과 관련해 일본 측에 방위비 부담 확대를 언급했다고 전했다. 일본 측은 이번 협상에서 관세 인하와 철폐를 요청하고, 미국은 안전보장 관련 요구를 한 것으로 보인다.
관련 뉴스
미국의 관세 조치는 글로벌 공급망에 직접적인 충격을 주고 있다. 특히 베트남에는 최대 90%에 달하는 초고율 관세가, 인도에도 상당 수준의 수입 규제가 예정돼 있어 이들 국가 역시 미국과의 관세 감축 협상에 적극적으로 나선 상황이다. 미국은 일본, 한국, 베트남, 인도, 영국, 이스라엘 등 여러 국가를 우선협상대상국으로 설정하고, 각국과의 양자 협상을 통해 자국 중심의 공급망 체계 구축과 무역 불균형 해소를 꾀하고 있다.
한국 역시 미국의 25% 관세 대상국에 포함되자 우리 정부는 관세 유예 또는 감축을 끌어내기 위한 대응에 본격 착수했다. 이를 위해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다음 주 미국을 찾아 고위급 인사들과 직접 협상에 나설 예정이다. 최 부총리는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과, 안 장관은 미 무역대표부(USTR), 상무부 등과 회담을 추진 중이다.
정부는 일본의 협상 결과를 면밀히 분석하고 한국 상황에 맞는 전략을 도출해 협상에 반영한다는 방침이다. 대미 고위급 외교 채널을 적극 가동해 자국 산업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향후 한미 통상 질서 재정립의 주도권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정부는 이번 방미를 계기로 관세 면제뿐 아니라 전반적인 공급망·통상 이슈까지 아우르는 협력을 확대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이번 방미는 단순한 의견 교환을 넘어, 관세 대응과 공급망 안정, 양자 통상 이슈를 포괄하는 실질적 협상”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