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재개발 끝판왕’으로 불리는 한남뉴타운이 지정 20년이 넘으며 속속 시공사 선정을 마무리 짓고 있지만 여전히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시공사 선정과 계획 수립은 진행 중이지만 다수 구역이 착공조차 못 한 채 갈등과 지연에 발목 잡힌 상태다.
18일 도시정비업계에 따르면 대우건설은 전날 한남2구역 조합에 ‘대우건설의 진심’이라는 제목의 홍보 영상을 배포했다. 영상에는 그간의 추진 노력과 향후 계획이 담겼다. 오는 27일 열리는 시공사 재신임 총회를 앞두고 조합원 설득에 나선 것이다.
한남2구역 조합은 지난달 26일 이사회에서 시공자 지위 재신임 안건을 의결했다. 교체 논의는 대우건설이 수주 당시 약속한 ‘118 프로젝트’가 이행되지 않았다는 불만에서 출발했다.
대우건설은 2022년 11월 시공사로 선정 당시 고도 제한을 90m에서 118m로 완화하고 14층이던 건물 층수를 21층으로 높이겠다고 제안했다. 관통도로 폐지도 공약했으나 서울시가 관련 계획에 부정적인 입장을 고수하면서 현실화 되지 못했다. 조합은 지난해 9월 한 차례 재신임 기회를 줬지만 진전이 없자 결국 재신임 절차에 돌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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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건설 관계자는 "재정비촉진계획 변경 과정에서 기대에 미치지 못한 부분이 있었다"며 "다만 현시점에서 시공사 교체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손실이 적지 않을 것인 만큼 그런 부분을 충분히 어필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남뉴타운은 용산구 한남동·보광동 일대 110만㎡ 규모로 총 5개 구역(1~5구역)으로 구성돼 있다. 남산과 한강 조망, 외국 대사관 밀집, 강남 접근성 등으로 ‘서울 재개발의 끝판왕’이라 불리고 있다.
이런 상징성에도 불구하고 사업성 논란과 내부·시공사와의 갈등, 정비계획 해제 등이 겹치면서 2003년 뉴타운 지정 이후 상당수 구역이 아직 첫 삽도 뜨지 못한 상태다.
1구역은 지난 2017년 상가 편입 문제와 조합원 간 갈등으로 정비구역에서 해제됐고 이후 7년 가까이 표류하다가 올해 초 신속통합기획(신통기획) 재개발 후보지로 재지정됐다. 현재는 정비계획 수립 단계로 조합 설립과 시공사 선정까지는 수년이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
5구역은 사업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DL이앤씨가 단독 입찰해 수의계약이 추진되고 있다. 시공사 선정이 완료된다 하더라도 향후 경쟁 부재에 따른 조합내 불만을 비롯해 설계·마감 고급화로 인한 가격인상 우려도 제기된다.
한남뉴타운에서 가장 빠르게 사업이 진행 중인 곳은 3구역이다. 현대건설이 ‘디에이치 한남’ 브랜드로 시공을 맡아 총 5816가구 규모로 재개발 중이다. 2023년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받았고 현재는 주민 이주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또한 4구역은 지난 1월 삼성물산을 시공사로 선정했다. 최근 사업시행계획 인가를 받으며 본격적인 사업 궤도에 진입했다.
정비업계는 전체 한남뉴타운이 입주까지 완료되려면 앞으로도 최대 10년은 더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일부 구역은 20년 넘게 사업이 멈춰 있고 나머지 구역도 인허가 지연과 내부 갈등으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어서다.
한남뉴타운 인근의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과거에 비해 재개발에 대한 주민 동의율은 높아진 편이지만 여전히 곳곳에서 잡음이 이어지고 있다”며 “한남뉴타운이 진짜 ‘완전체’가 되려면 앞으로도 최소 10년은 더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