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 조기 대선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정당은 국민의힘이다. 파면당한 대통령의 정당인 것은 물론 ‘이재명’이라는 가장 강력한 후보를 내세울 더불어민주당과 달리 당내 경선부터 치열한 후보 선출 과정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역시 이를 의식한 듯 국민들의 흥미를 이끌만한 요소를 경선에 대거 적용하고 있다. 11일 이양수 국민의힘 사무총장은 “경선 토론회에서 국민적 관심을 불러일으켜서 지지율 상승을 가져올 수 있는 볼거리 많고 진지함과 따뜻함, 재미가 넘쳐나는 토론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 총장의 말처럼 17일 진행된 1차 경선 미디어데이에서는 그간 경선에서 보기 어렵던 ‘예능적 요소’가 대거 반영됐다. 행사 시작 전 후보들의 도착 순서를 기록한 것은 무한도전의 ‘일찍 와주길 바라’를 떠올리게 했으며 후보들의 ‘1분 자기소개’가 주어진 시간에서 얼마나 벗어나는지 볼 수 있던 점도 흥미로웠다.
아울러 각 후보는 ‘청년미래’, ‘사회통합’ 중 본인이 희망하는 토론 주제를 골라 조를 편성하고 편성된 조로 토론회를 진행한다. 흔히 ‘경마’에 비교되는 경선 과정이 더욱 ‘스포츠 같은’ 느낌이 더해졌다.
국민의힘이 이처럼 흥미로운 경선 방식을 도입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국민의힘의 청년 위원들이 있다. 보다 젊은 세대를 공략하기 위해 대학생위원회 등에 소속된 청년들이 직접 토론회 진행 방안을 구상하고 당이 이를 적극 반영한 것이다. 미디어데이 행사에서도 청년들이 진행자로 나서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들기도 했다.
우려되는 부분은 그동안 정치에서 배제돼 온 ‘청년 정치’가 이번에도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는 점이다. 갑작스럽게 치러지는 조기 대선인 점을 고려하더라도 각 선거 캠프에서 주요 보직을 꿰찬 ‘청년’들은 보이지 않는다. 이들은 모두 ‘대학생위원회’, ‘청년대변인’ 등과 같은 별도의 수식어를 달고나서야 하나의 역할을 맡을 수 있다. ‘청년들이 걱정된다’, ‘청년들이 살기 좋은 나라를 만들겠다’는 구호는 들려오지만 구체적인 대안도, 정책도 눈에 띄지 않는다. 청년들이 배제돼온 그동안의 정치 문화를 답습하는 모습이다.
보다 적극적인 청년 정치가 필요하다. 단순히 ‘예능적 요소’를 더하기 위해 청년을 활용하는 것을 넘어 정치의 주체가 청년인, 정치의 목적이 청년을 향하는 진짜 ‘청년 정치’ 말이다. 특히 국민연금 개혁과 같은 젊은 세대에게 중요한 논의가 이뤄지는 지금 시점에서 청년 정치는 더욱 중요하다. ‘국민통합’이 시대적 과제로 떠오른 지금, ‘청년 정치’를 적극적으로 도입해야 한다. 들러리가 아니라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중요한 주체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