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대체율 낮추고 자동조정 도입
기초연금 대상 줄여 지속성 확보를

최근 국회에서 국민연금에 대한 개혁안이 여야 합의로 통과됐다. 연금보험료율을 현행 9%에서 13%로 올리고 소득대체율은 현행 40%에서 43%까지 올리는 이른바 ‘더 내고 더 받는’ 체제다.
소득대체율은 원래 정부안인 42%에서 1%포인트를 더 올린 것인데 이에 따라 연금재정 고갈연도는 현행 2055년에서 2063년까지로 8년밖에 연장되지 않았다. 이와 같은 모수개혁은 근본적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왜냐하면 지금의 20대가 연금을 지급받을 나이가 도래하면 연금재정이 고갈되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20대는 더 높은 보험료를 의무적으로 지불하다 정작 자신의 노후기에 연금을 지급받지 못하는 상황에 처할 수 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정부는 국가지급 명문화 규정을 삽입하였다. 이는 정부가 세금을 동원해서라도 연금지급을 보장하겠다는 의미다.
그러나 예컨대 2063년에 연금고갈이 이뤄질 경우 대략 2500조 원의 미적립부채(적립금 부족액)가 발생하게 되고 이를 부가형 방식(pay-as-you-go system)으로 충당하기 위해서는 13%의 보험료율에 연금가입자당 추가 20% 상당의 부족분 보험료에 대한 국고지원이 필요하게 된다. 이는 전체 세수액의 50%를 부족한 연금급여를 지급하는 데 충당해야 하므로 실제로는 불가능한 수준이다.
즉, 일단 연금재정이 고갈되면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연금급여를 대폭 삭감하거나 보험료를 대폭 인상하는 수밖에 없다. 2026년부터 적용되는 변경된 보험료율(매년 0.5%씩 2034년까지 8년간 인상)과 소득대체율(2026년부터 43%로 인상)로는 2063년까지만 지속가능하므로 재정고갈이 오기 전에 2035년 이후로는 지속적으로 연금보험료율을 추가 인상시키든지 소득대체율을 감소시키든지 하는 추가적 개혁안이 뒤따르지 않는다면 국민연금은 더 이상 존립하기가 어려워진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들 중 24개국에서는 이와 같은 완전적립식(fully funded accumulation system)의 지속가능성 문제를 타개하고자 자동조정장치(automatic stabilizer)를 도입하고 있다. 이는 연금자산의 운용결과와 인구 변동 등을 감안해 주기적으로 소득대체율을 자동으로 조절해주는 것이다.
자동조정장치란 한마디로 사전에 연금급부를 확정하는 확정급여(DB: defined benefit)형에서 성과에 따라 그 기여분을 돌려주는 확정기여(DC: defined contribution)형으로의 전환으로 볼 수 있다. 우리의 경우 자동조정장치가 실질적인 자동삭감장치라며 시민사회단체들이 반발하고 있어 2025년 연금개혁안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최근 어렵게 여야가 합의한 연금개혁안은 비록 개혁하지 않은 것보다는 낫다 하더라도 연금 지속성 측면에서 장래 8년의 기간만을 연장한 임시방편책에 불과하다.
우리 후세대인 20대에게 닥쳐올 연금재정 파탄은 누가 책임질 것인가? 그 답은 후속 조치인 구조개혁에 있다. 연금재정상 적립금 기반이 취약한 상태에서 43%의 소득대체율을 고집하는 것은 무리다. 더구나 후세대의 재난이 가시화되는 상태에서는 현 연금급부세대의 일정한 희생은 불가피하다.
구조개혁의 두 번째 단계는 현행 기초연금과 관련된 복지재정 부문과의 엄격한 차단을 행하는 것이다. 소득 하위 70%의 노년층에게 무상 지급하는 기초연금은 자신의 노후를 스스로 준비하여 노후에 그 대가를 돌려받는 연금과는 전혀 다른 공공부조다.
따라서 기초연금의 급여 규모에 따라 주로 소득하위자로 구성된 국민연금의 급여액을 조절하는 것은 잘못이다. 이 기회에 기초연금도 공공부조의 성격에 맞게 소득하위 50%까지로 대상을 변경할 필요가 있다.
이때 국민연금의 소득재분배 기능은 과감히 폐지하는 대신 복지부문을 기초연금과 보건복지부가 실시 중인 기초생활수급자, 차상위계층에 지급하는 공공부조와 국세청이 실시 중인 근로장려세제(EITC: earned income tax credit) 등을 통폐합해 일원화하면 관리비가 절감돼 효율적 운영이 가능하다.
이러한 원칙적 개혁이 이루어질 경우 비로서 공무원연금 등 4대 특수직역연금과의 형평성 있는 통폐합 기반이 조성될 수 있다. 공무원연금에는 소득재분배 기능이 없기 때문이다. 또한 공무원연금은 강제화되고 있는 사적연금이라 볼 수 있는 퇴직연금까지 포함된 개념이므로 실질적인 공적연금 통폐합을 위해서는 국민연금과 퇴직연금의 통합운영까지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현행 국민연금의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 (13%·43%)의 조합은 지속가능성이 전혀 없는 무리한 조합이다.
퇴직연금의 가상적 조합(8.3%·20%)이 실현될 경우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을 40%까지 하향 조정한다 해도 이 둘을 합해 (21.3%·60%)의 이상적 조합 실현이 가능하다. 이는 공무원연금과 비교해서도 절대 뒤떨어지지 않은 구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