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4월까지 서울에서 분양한 단지는 두 곳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건설사와 시행사가 경기 침체와 탄핵 및 조기 대선 정국에 따른 정책 불확실성 확대 등으로 분양 일정을 줄줄이 미루고 있다.
18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올해 4월까지 서울 지역에서 일반분양을 마쳤거나 예정된 단지는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원페를라’(2월 분양) △중구 황학동 ‘청계 노르웨이숲’(오는 28일 분양 예정) 두 곳뿐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6곳에서 신규 분양을 실시한 것을 감안하면 3분의 1로 줄어든 셈이다.
래미안 원페를라는 전체 1092가구 중 482가구가 일반분양 됐고 청계 노르웨이숲은 총 404가구 중 일반분양 물량이 97가구에 그친다. 이들 단지의 일반분양 규모를 합쳐도 고작 579가구에 불과하다. 서울만 놓고 보면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다.
이 같은 공급 한파는 서울에 국한된 현상이 아니다. 수도권 전역에서도 분양 물량은 이례적으로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
분양평가 전문기관 리얼하우스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수도권 분양 물량은 총 1914가구로 전체의 14.9%에 그쳤다. 과거 1분기 수도권 분양 비중이 30~50%대를 유지했던 것과 비교하면 이례적이다. 또한 최근 5년간 평균 물량(2만192가구)의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4월은 전통적으로 분양이 활발한 '성수기 초입'에 해당하는 달이다. 봄 이사 수요와 연계된 상반기 최대 분양 시즌 중 하나로 건설사들이 분양을 집중시키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올해는 이러한 계절적 요인에도 불구하고 분양이 극히 제한적인 수준에 머물고 있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극단적 공급 위축의 원인으로 △고분양가 부담 △미분양 증가세 △정책 불확실성 등을 복합적인 요인으로 꼽는다. 특히 오는 6월 조기 대선이 확정되면서 분양가 상한제,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세제, 기부채납 등 부동산 정책 전반의 변화 가능성이 커진 탓이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지금은 단순히 분양가 이슈가 아니라 대선 이후 정부 기조가 바뀔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하는 시점”이라며 “상반기 무리하게 분양을 밀어붙이기보다는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하반기 시장을 겨냥하겠다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분양 물량 부족은 단순히 공급 일정 지연에 그치지 않고 실수요자 시장에도 연쇄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김선아 리얼하우스 분양분석팀장은 "수도권 수요는 여전히 높은 상태에서 공급이 감소함에 따라 전세 수요 집중, 전세가 상승 등 연쇄적인 파급 효과를 낳을 수 있다"며 "수도권 내 신규아파트 품귀 현상이 더욱 심화되어 청약 경쟁률 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