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뱅크, 연말 AI 재무 상담ㆍPB 서비스 출시
AI 대한 고객 '신뢰 부족'은 해결해야 할 과제

#경기도 용인시에서 직장을 다니는 김 모(32) 씨는 외근 중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안녕하세요, OO카드 AI 상담사입니다. 김OO 회원님 본인 맞으십니까?” 김 씨는 대답하려다 ‘AI’라는 말에 주춤했다. ‘내가 왜 기계에 대답해야 하지?’ 반감이 든 김 씨는 말없이 전화를 끊었다.
최근 인공지능(AI)을 활용한 각종 금융상담 서비스가 속속 출시되고 있지만 아직 금융소비자들의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iM뱅크는 AI가 실제 직원처럼 고객과 비대면으로 대화하면서 맞춤형 재무상담과 자산설계를 수행하는 서비스를 올해 말 출시할 예정이다.
앞서 이달 16일 금융위원회에서 ‘클라우드를 활용한 생성형 AI의 내부망 이용’을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한 데 따라 실서비스 구축에 나선 것이다. 외부 생성형 AI를 내부 정보처리시스템과 연계해 사용자 소득, 소비패턴, 금융 성향 등을 분석한다. 이를 통해 iM뱅크는 개인화한 투자 전략과 재무 목표 달성 방안 등 재무설계와 금융상품 구매, 사후관리가 하나로 연결되는 개인자산관리 서비스를 선보일 방침이다.
iM뱅크와 함께 규제 특례를 받은 교보증권도 생성형 AI를 통해 개인 맞춤형 재무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했다. 신한은행은 이달 중 고객에게 투자 정보를 제공하는 'AI 투자메이트'를 개시할 예정이다. 올 하반기 중에는 고객의 투자 관련 질의에 직접 답하는 챗봇 형태로 고도화된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4월 ‘AI 뱅커’를 출시, 예·적금 상품과 관련한 상담을 제공하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는 주택담보대출 상담 업무에도 생성형 AI 기술을 적용하기 시작했다. 하반기에는 주택청약상품과 투자상품 상담에도 활용할 예정이다.
그러나 AI 상담 서비스를 둘러싼 ‘신뢰 부족’ 문제가 제기된다. 하나금융연구소가 발간한 ‘2025 대한민국 웰스 리포트’에 따르면 금융자산이 10억 원 이상인 부자 고객 대상 조사 결과 AI가 추천, 진행하는 자산운용ㆍ투자 관리 서비스를 신뢰한다는 응답은 15%에 불과했다. AI 서비스를 경험해본 경우 신뢰도는 상승했지만 34%에 그쳐 여전히 불신한다는 응답이 우세했다. 하나금융연구소는 자산관리에 있어 ‘신뢰’를 중시하는 고객들이 AI를 아직 믿지 못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는 금융사들도 인지하고 있는 현상이다. 한 시중은행 PB는 “고객과 얼굴을 마주하고 일대일로 상담해도 자신의 정보를 충분히 공개하지 않는 경우가 간혹 있다”며 “AI로 상담한다고 하면 입을 더 열지 않는 고객이 많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투자성향이라는 게 일관성이 없고 개인 사정, 정치적 리스크, 취향의 변화 등 여러 복합적인 요인에 의해 조금씩 달라질 수 있는데 미묘한 변화를 캐치할 수 있는 직관은 아직 사람의 영역”이라고 덧붙였다.
‘사람’인 전문가가 고객에게 더 효율적으로 정확한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돕는 도구로 AI를 활용 중인 금융사도 많다.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먼저 내부직원 업무 효율 개선을 위한 서비스를 개발하고 충분한 검증 과정을 거친 뒤에 대고객 서비스에 적용하는 방향으로 확장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우리은행은 이달 15일 직원의 상담업무를 돕는 'AI 지식상담 시스템'을 고도화했다. 이달 16일 내부망 이용 관련 규제 특례를 받은 금융사 중 신한은행은 생성형 AI를 통해 이미지로부터 문서 정보의 자동 추출 등 수기 업무를 자동화하기로 했다. DB투자증권은 사내 업무지식을 검색해 빠른 정보제공·의사결정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이용할 방침이다.
지난해 말 규제 특례를 부여받은 KB증권은 임직원이 고객에 적합한 상담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투자성향을 분석할 때 생성형 AI를 활용하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고객 재무 상담 업무에 필요한 ‘맞춤형 상담 스크립트’를 생성형 AI로 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