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체 뷰티 브랜드 쉬글램 앞세운 쉬인...K셀러 모집한 테무…한국 시장 직진출
현지화 전략 강화 중인 알리익스프레스...국내 업계 "한국 공세 올해 더 세질 것"
미·중 관세 전쟁이 확전 양상을 띠면서 알리익스프레스(알리)·테무·쉬인(알테쉬) 등 중국 이커머스(C커머스)의 한국 공세가 거세지고 있다. 중국의 대미(對美) 수출이 막힐 것을 대비해 일찌감치 막대한 저가 재고 물량을 한국으로 수출할 경우, 국내 유통업계가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알리에 더해 올해 들어 테무와 쉬인 등이 적극적으로 한국 사업 확장에 나서는 모양새다.
20일 이커머스업계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9일 중국에 대해 104%의 상호관세 부과를 발효한 데 이어 최근 800달러(약 114만원) 미만 수입품에 관세를 면제하는 ‘소액 면세 제도’(de minimis)를 폐지했다. 이로 인해 내달 2일부터 미국으로 향하는 소액 소포에도 120%의 높은 관세가 부과될 예정이다.
트럼프발 ‘관세 폭탄’으로 인해 그동안 미국 소비재 시장을 장악했던 중국산 상품의 수출 좌표가 한국으로 빠르게 바뀔 전망이다. 사실상 반덤핑 가격에 준하는 초저가 물량 공세가 이어질 공산이 크다. 한국은 충분히 매력적인 시장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작년 한국의 온라인쇼핑 거래액은 242조897억 원이다. 시장 규모는 중국·미국·영국·일본에 이어 세계 5위다.
이미 국내 시장에서 중국산 상품은 빠르게 안착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중국발 해외 직접구매(직구)액은 7억8600만달러(약 1조1197억 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7억500만 달러·약 1조43억 원) 대비 11.5% 늘었다. 해당 기간 전체 직구액이 14억2100만 달러(약 2조244억 원)에서 13억5800만 달러(약 1조9346억 원)로 4.4% 감소한 것과 대비된다. 전체 직구액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도 49.6%에서 57.9%로 높아졌다. 이는 분기 기준 역대 최고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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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초저가 상품을 무기로 미국 이커머스 시장에서 점유율을 계속 높여온 C커머스 테무와 쉬인의 발 빠른 행보가 눈에 띈다. 쉬인은 2월부터 한국 공식 홈페이지에서 자체 뷰티 브랜드 ‘쉬글램’(SHEGLAM) 판매에 돌입했다. 저렴한 가격대와 트렌디한 디자인이 특징인데, 쉬인이 공식적으로 판매하기 전까지 국내 소비자는 쉬글램 글로벌 홈페이지에서 해외 직구로 구매해왔다. 쉬인은 작년 4월 한국에 진출한 뒤 서브 패션 브랜드 ‘데이지’를 론칭했다. 하지만 국내 패션 시장에서 위상이 미미하자, 뷰티까지 상품 카테고리를 넓힌 것이다.
테무도 같은달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서 한국 상품을 직접 유통하는 ‘로컬 투 로컬(L2L) 사업’ 전개를 공식화했다. 국내 판매자(셀러)를 테무에 입점시켜 한국에서 오픈마켓 사업을 전개할 방침이다. 현재 한국 테무 판매자센터 페이지를 만들었고 셀러 1차 모집도 완료했다. 또한 테무는 중국계 물류 대행사를 내세워 김포한강신도시에 대형 물류센터의 장기 임차계약을 맺었다. 운영은 롯데그룹 물류 계열사인 롯데글로벌로지스가 담당한다. 업계는 테무의 이런 행보가 올해 보다 적극적으로 사업을 펼치기 위한 사전작업이라고 본다.
알리는 한국 현지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중국 상품 직구보다 한국상품 전문관 K베뉴(K-Venue) 경쟁력 강화에 힘쓰고 있다. 식품, 가전, 패션에 이어 최근 자동차용품으로 K베뉴 상품 카테고리를 확장했다. 특히 신선식품 품질 강화를 위해 1억 원 규모의 자금을 투입, ‘신선을 알리다’ 프로젝트도 진행 중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C커머스업체들은 미국의 강력한 관세 부과 정책에 따른 판로가 아예 막힐 경우를 대비하고 있을 것”이라면서 “테무와 쉬인 등이 잇달아 한국 관련 서비스를 강화하는 것도 그런 행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