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분양 시장이 사실상 ‘멈춤’ 상태에 들어갔다. 학교용지법 개정 시행을 앞두고 분양 일정을 늦추는 단지가 속속 늘면서 상반기 공급 공백이 현실화하고 있다.
20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서울 송파구 잠실동 ‘잠실르엘’(미성·크로바 재건축)은 애초 상반기 일반분양을 검토했으나 분양을 하반기로 미루기로 했다. 오는 6월 21일부터 시행되는 개정 학교용지 확보 등에 관한 특례법(학교용지법) 시행을 기다리기 때문이다.
학교용지부담금은 정비사업 등 대규모 개발 과정에서 시·도지사가 학교시설을 신설하거나 기존 학교를 증축하기 위해 필요한 비용을 사업시행자에게 부과하는 제도다. 학교 신설이 불가능한 경우에는 인근 학교 증축에 필요한 재원으로 활용된다.
사실상 분양가에 전가되는 간접 비용으로 작용해 그간 폐지 요구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정부는 애초 부담금 폐지를 추진했으나 교육재정 축소를 우려한 야당 반대로 인해 요율 인하와 부과 기준 완화로 선회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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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정된 학교용지법에 따라 학교용지부담금은 현행 세대별 분양가의 0.8%에서 0.4%로 절반이 줄어든다. 부과 대상도 ‘100가구 이상’에서 ‘300가구 이상’으로 완화돼 조합이나 건설사의 부담이 줄어들 전망이다.
이에 따라 잠실르엘의 경우 개정 전 기준 약 39억 원이던 학교용지부담금이 6월 이후에는 20억 원 미만으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조합원 1600여가구 기준으로 환산하면 가구당 100만 원 이상 줄어드는 셈이다.
이 같은 분위기는 서울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당초 고분양가 부담과 탄핵 및 조기 대선 등 불안한 정국의 여파로 공급이 위축된 가운데 학교용지법 개정까지 맞물리며 분양 일정은 더욱 미뤄지는 분위기다.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올해 4월까지 서울 지역에서 일반분양을 마쳤거나 예정된 단지는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원페를라’ △중구 황학동 ‘청계 노르웨이숲’ 두 곳뿐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6곳에서 신규 분양을 실시한 것을 감안하면 3분의 1로 줄어든 셈이다.
업계는 분양 연기 흐름이 최소 상반기까지는 지속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 불확실성이 여전한 가운데 학교용지부담금까지 줄일 수 있는 6월 이후를 ‘타이밍’으로 보는 시각이 많기 때문이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현재 여러 시행사에서 학교용지법 개정 이후로 분양 일정을 조정하는 움직임이 많다”며 “개정 시점이 대선 정국과 맞물리면서 분양이 6월 이후로 집중될 가능성이 크다. 상반기보다 하반기 시장이 수익성 측면에서 더 유리하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