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 80% 위탁·자기매매 쏠려…IB 20% 뿐
기업금융 역량 늘리고 내부통제 등 신경 써야
국내 종합금융투자사업자(이하 종투사) 제도 도입 이후 12년간 종투사들의 자기자본이 3배 가까이 증가하는 등 양적 성장을 이뤘다. 하지만 아직도 해외 글로벌 투자은행(IB)과 비교하면 질적 성과는 여전히 미흡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하반기 종투사 신규 지정으로 업계에 새로운 활력이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되는 만큼 국내 종투사도 투자 포트폴리오 체질을 발전시켜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종투사는 2013년 제도 도입 당시 자기자본이 22조 원 수준이었지만 지난해 66조 원으로 세 배 가까이 늘었다. 다만 자본시장 발전이라는 IB 본연의 역할에서 봤을 때 한국형 IB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평가가 나온다.
가장 눈에 띄는 격차는 몸집 규모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JP모건의 자기자본은 약 3450억 달러(약 500조 원)에 달한다. 골드만삭스는1220억 달러(177조 원) △모건스탠리 1050억 달러(153조 원)에 이른다. 반면 국내 최대 규모인 미래에셋증권도 약 70억 달러(10조 원) 수준으로 해외 IB와 50배 가까이 벌어져 있다. 자기자본의 크기는 단순한 수치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이는 모험자본 공급 능력은 물론 기업금융, 벤처투자, 인수·합병(M&A) 자문 등 자본시장 핵심 능력과 직결돼서다.
글로벌 IB들은 이런 자기자본을 기반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양하게 꾸리며 큰 수익을 내고 있다. 실제 이들의 평균 자기자본이익률(ROE)은 최근 3년간 10~15%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반면 국내 종투사의 자기자본수익률(ROE)은 같은 기간 평균 6.3%로 절반에도 못 미친다. 수익원 역시 편중돼 있다. 국내 종투사 대부분은 수익의 80%를 위탁매매(33%)와 자기매매(45%)에 의존하고 있다. 반면 글로벌 IB들은 주식발행시장(ECM), 채권발행시장(DCM), M&A 자문, 자기자본(PI) 투자 등 IB부문에서 안정적 수익을 확보하고 있다. 일례로 골드만삭스의 수수료 수익의 32%를 M&A에서, 모건스탠리는 24%를 ECM에서 벌어들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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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진출 성과도 아쉽다. 글로벌 IB들은 전체 수익의 절반 가까이 해외 법인에서 창출한다. UBS는 78%, JP모건은 46%, 골드만삭스는 40%가 해외에서 발생한다. 하지만 국내 증권사의 해외법인 수익 비중은 평균 4.1%에 불과하다. 실제 지난해 기준 아시아 ECM, DCM, M&A 주관 순위에서 국내 종투사는 대부분 50위권 밖에 머무르며 글로벌 존재감이 미미한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현재가 국내 종투사가 글로벌 IB로 도약할 수 있는 중요한 변곡점이라고 강조한다. 정부가 종투사 확대 및 제도 개선을 적극 추진하는 만큼, 외형 중심의 성장을 넘어 내실 있는 질적 성장 전략이 함께 추진돼야 한다는 것이다. 자본연은 △IB 역량 강화 △모험자본 공급 확대 △글로벌 사업 확장 △AI·디지털 전환 대응 △건전성 및 내부통제 강화 등 다섯 가지 발전 방향을 제시했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앞으로 종투사들에 기회가 열리는 만큼 생애주기 맞춤형 IB 서비스를 확대하고 혁신 벤처기업 투자 확대, IP 금융·디지털금융 역량 제고 등 고부가가치 금융투자업 육성에 신경을 써야 한다"며 "생성형 AI 등 디지털 전환과 내부통제 등 체질 개선과 신뢰 회복에도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때"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