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20일 수출 5.2%↓…무역수지 1억 달러 적자
반도체 10.7% 늘었지만 승용차·석유제품 등 감소
美 수출, 기저효과에 관세 부과 영향으로 급감
정부 "관세부과 영향 아직은 추정…25일 품목별 데이터 나오면 확인"

2개월 연속 증가세를 기록 중인 한국 수출이 이달 마이너스로 전환될 우려가 커졌다. 특히 중국과 함께 최대 수출국인 대미(對美) 수출 성적이 기저효과(기준 시점과 비교 시점의 상대적인 수치에 따른 결과 차이)에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부과까지 겹치며 크게 줄었다. 2개월 연속 증가세를 기록하다 관세부과 시작과 함께 급감해 관세부과 영향을 직격으로 맞았다고 볼 수 있지만, 정부는 아직 관세부과 영향이라고 단정하긴 어렵다면서 25일 품목별 데이터가 나오면 확인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관세청이 21일 발표한 4월 1∼20일 수출입 현황에 따르면 수출액(통관 기준 잠정치)은 338억70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2% 감소했다.
이 기간 조업일수는 15.5일로 지난해와 같았으며 이를 고려한 일평균 수출액은 21억9000만 달러로 이 역시 지난해 23억1000만 달러에서 5.2% 줄었다.
한국 수출은 2023년 10월 전년 동월 대비 증가율이 플러스로 전환된 뒤 지난해 12월까지 15개월 연속 플러스 기록을 이어왔으나 1월에 그 흐름이 멈췄다가 2~3월 2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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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까지의 수출이 5.2% 줄며 3개월 연속 수출 플러스가 쉽지 않아 보이지만, 이달 전체 조업일수가 24일로 지난해 23일보다 하루가 더 많은 데다 월 말로 갈수록 수출 비중이 커지는 것을 고려하면 수출 증가세를 이어갈 가능성도 있다.
관세청 관계자는 "월말로 갈수록 수출이 늘어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월간 기준으로도 감소세가 계속될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달 20일까지의 수출을 품목별로 보면 한국 수출의 기둥인 반도체가 64억73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7% 늘었다. 주요 수출 품목 중 유일한 증가세다.
2위 품목인 승용차는 36억6800만 달러로 6.5% 줄었으며 △철강(24억1500만 달러·-8.7%) △석유제품(22억500만 달러·-22.0%) △자동차부품(12억500만 달러·-1.7%) △선박(10억1300만 달러·-9.1%) △무선통신기기(91억5000만 달러-0.5%) △가전(3억7400만 달러·-29.9%) 등은 저조한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국가별로는 유럽연합(13.8%)과 대만(22.0%), 인도(4.5), 싱가포르(4.2%) 등은 늘었으나 중국(-3.4%), 베트남(-0.2%), 일본(-14.7%), 홍콩(-22.4%), 말레이시아(-5.6%) 등은 줄었다.
특히 이달 3일부터 관세부과를 공식화한 미국의 경우 14.3% 감소했다. 2월 1.0%, 3월 2.3% 등 2개월 연속 증가세를 기록했으나, 4월 들어 큰 폭의 감소세를 보였다. 지난해 역대급 성적에 대한 역기저효과에 더해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무분별한 관세 부과 영향 탓으로 분석된다.
미국이 우리나라에 적용하기로 한 상호관세율은 25%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국가별 상호관세를 90일간 유예하면서 현재 일부 품목에 기본 관세 10%만 적용된 상태다. 하지만 사실상 0%에 가까운 기존의 자유무역협정(FTA) 특혜관세가 무력화되면서 수출기업을 중심으로 타격이 적지 않아 보인다.
다만, 정부는 이번 대미 수출 급감을 관세 부과 영향으로 단정 짓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서가람 산업통상자원부 무역정책관은 "(대미 수출 급감이) 관세 부과 영향인지 아닌지 조금 두고 봐야 할 것 같다"라며 "국가별·품목별 데이터를 봐야 자동차가 실제로 빠졌는지 철강이 왜 빠졌는지 알 수 있는데 아직 데이터가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단정 지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해 4월 대미 자동차 수출액이 상당하고 철강의 경우 가격이 상당히 낮은 상태인 점 등 관세부과를 제외한 다른 마이너스 요인도 있기 때문에 25일 품목별 데이터가 나오면 면밀히 살펴볼 것"이라고 덧붙였다.
1∼20일 수입액은 340억700만 달러로 11.8%(45억7000만 달러) 줄었다.
품목별로는 반도체 장비(9.8%), 정밀기기(2.9%) 등에서 늘었고 원유(-29.5%), 반도체(-2.0%) 등은 줄었다. 원유(-29.5%)·가스(-21.3%)·석탄(-33.2%) 등 에너지 수입액은 27.9% 감소했다.
국가별로는 일본(3.2%), 베트남(6.3%) 등으로부터 수입이 증가했고 중국(-7.6%), 미국(-10.1%), EU(-17.3%) 등은 감소했다.
무역수지는 1억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올해 누적 무역수지는 71억3200만 달러 흑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