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의 기간 동안 거래…“보호 기능 떨어지고, 거래소만 수익” 지적
“수수료로 기금 마련ㆍ상장가 매수 등 다른 차원의 방안 강구해야”
민병덕 민주당 의원, 상장ㆍ상폐 심사 권한 분리 담은 법안 마련 중
국내 거래소들이 거래유의종목으로 지정된 가상자산 위믹스를 통해 유의기간 동안 3억 원에 가까운 수수료 수익을 낸 것으로 추정된다. 일각에서는 거래유의종목 지정 등 상장폐지 과정에서 투자자보호를 위한 제3의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21일 이투데이가 국내 가상자산 원화 거래소 데이터를 종합한 결과 국내 4개 거래소는 유의종목으로 지정된 위믹스를 통해 3억 원 이상의 수수료를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위믹스는 거래유의종목으로 지정된 3월 4일부터 이달 20일까지 6주간 국내 4개 거래소에서 약 3100억 원어치가 거래됐다. 이 기간 거래량이 가장 많은 빗썸에서는 약 2800억 원, 코인원에서는 210억 원의 거래대금이 발생했다.
거래소들은 이를 통해 총 3억 원 이상의 수수료 수익을 냈을 것으로 보인다. 빗썸의 경우, 이용자들이 수수료 쿠폰을 사용했을 때를 가정한 수수료율 0.04%를 기준으로 약 2억2300만 원, 코인원은 기본 수수료율 0.2%를 기준으로 약 8300만 원을 벌어들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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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자보호를 위한 상장폐지 결정 전 ‘거래유의종목 지정’이 그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 채 거래 수수료만 발생시킨다는 지적은 꾸준히 있어 왔다.
거래유의종목에 지정된 자산은 일정 소명 기간을 거쳐 유의 지정 해제·연장 또는 상장폐지가 결정된다. 이 기간 자산의 외부 입출금은 중단되지만, 거래소 내 거래는 가능하다. 상장폐지가 결정되면 평균 한 달 뒤 실제 거래지원이 종료된다. 유가증권 시장에서 상폐 사유가 발생하면 우선 거래가 정지되고, 최종 상폐가 결정되면 7거래일의 비교적 짧은 정리매매 기간을 갖는 것과 대조적이다.
유의종목으로 지정된 자산은 외부와 단절된 상태에서 거래가 된다는 특징 때문에 이른바 ‘가두리’ 상태가 된다. 같은 종목이라도 거래소마다 가격이 달라지고 유동성이 부족할 경우 시세조종에도 취약하다. 이에 17일 금융위원회(금융위)도 ‘가두리 펌핑’을 통한 시세조종 혐의자를 검찰에 고발하기도 했다.
게다가 상장폐지 사유 발생에 따른 거래유의종목 지정은 국내 시장에만 존재하는 특별한 조치라 비교군도 없다. 거래유의종목 지정이 투자자보호 기능은 떨어지고, 국내 거래소 배만 불린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해외 가상자산 거래소들은 별도의 유의 지정없이 상폐를 결정해 공지하고 있다.
업계는 거래유의종목 지정에 장점과 단점이 모두 존재하기는 하지만, 투자자보호를 위한 절차라는 입장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유가증권 시장과는 다르게 가상자산은 해외 거래소에서도 거래가 되기 때문에, 투자자들의 선택권을 보장하기 위해 거래는 막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반면 입출금의 경우, 유의종목 지정을 기회로 노리고 들어오는 외부 세력을 차단하기 위해 제한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투자자보호를 위해 현행 상장폐지 절차보다 더 나은 방식을 고민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최화인 초이스뮤온오프 대표는 “상폐에 따른 피해에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것이 현 시스템의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책임 소재 강화를 위해 유의종목으로 벌어들인 수수료 일부를 ‘투자자보호 장치 기금(가칭)’ 등을 조성하는 데 사용하도록 해야 한다”면서 “거래소가 상장과 상폐에 대한 일정 부분 책임을 지는 구조가 있어야 신중한 결정을 할 것”이라고 했다. 또한 “국내 프로젝트 한정으로 거래지원 종료 후 재단이 상장가에 가상자산을 전량 인수하도록 하는 것도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최 대표는 “거래유의종목 지정이 정말 투자자보호 기능을 하는 지에 대한 의문이 있다”면서 “형식적인 대응보다는 상폐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고 같은 일이 반복되는 것을 방지하도록 하는 실효성 있는 대안에 대한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최근 국회에서도 가상자산의 상장과 상폐 권한을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일부 분리하고, 그 책임 소재를 명확하게 하기 위한 입법을 준비 중인 상황이다.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준비 중인 디지털자산기본법(안)에는 법적 근거가 있는 협회인 ‘한국디지털자산업협회(가칭)’를 설립하고, 독립성과 중립성이 보장되는 협회 내 상장심사위원회를 통해 상장 및 상장폐지 심사를 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