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Q 기업 실적 전망치 한 달 전보다 1.73%↑
SK하이닉스, HBM 주도권 독주체제 지속
국내 상장사들의 1분기 실적발표 기간(어닝 시즌)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실적 결과에 따라 코스피 지수가 복원력을 확보하고 2500선을 돌파할지, 외국인 투자자들이 코스피 순매도를 지속할지 관심이 쏠린다. 국내 증시 이익추정치는 6개월 넘게 이어지던 가파른 컨센서스(추정치) 하향 추세를 멈추고 지난달부터 소폭 개선됐다.
2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오는 23일 삼성바이오로직스, 삼성물산 등이 실적발표에 나선다. 24일에는 SK하이닉스, 현대차, HD현대중공업, KB금융, 삼성중공업이, 25일에는 삼성SDI, 하나금융지주, 기아 등이 1분기 실적을 발표할 예정이다. 코스피 ‘큰형님’ 삼성전자는 앞서 8일 잠정 실적을 발표했다.
삼성전자의 1분기 영업이익은 6조6000억 원으로 전년 대비 0.15% 감소했다. 앞선 증권사 추정치 4조9610억 원을 크게 웃돌았다. 코스피 대장주의 청신호를 시작으로 시장에서는 1분기 주요 기업들의 실적이 당초 예상보다 개선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계속 하향 조정되던 국내 상장사의 실적 전망치를 다시 높이기 시작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 3곳 이상의 전망치를 보유한 국내 상장사 216개의 1분기 합산 영업이익은 58조6352억 원으로 집계됐다. 1개월 전 전망치 57조6400억 원 대비 1.73%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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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SK하이닉스의 실적에 대한 기대감이 커진 분위기다. SK하이닉스는 최근 삼성전자를 제치고 글로벌 D램 시장 점유율 1위에 올랐다. 고부가가치 주력 제품인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에서 인공지능(AI) 관련 메모리 주도권을 쥐게 됐다. 이에 상응해 실적도 가파르게 좋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SK하이닉스의 1분기 매출액은 17조2803억 원으로 전망됐다. 전년 동기 매출 12조4296억 원 대비 39% 늘어난 수치다. 영업이익은 6조5929억 원으로 예상됐다. 지난해 1분기 실적 2조8860억 원에서 128.7%나 증가했다. SK하이닉스는 미국발 관세 영향에도 HBM 주도권을 이어가면서 당분간 독주 체제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증시 전문가들은 기업 실적에 대한 전반적인 눈높이가 낮아진 상황에서 낮은 기대치를 충족시킬 정도의 숫자만 나온다면 시장이 긍정적으로 반응할 것으로 전망했다. 김용구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전반적으로 시장이 부진한 상황에서 기대치를 충족하는 실적이 발표되면 해당 종목으로 수급이 폭발적으로 몰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어 “관세 리스크는 지난 9일 국내외 증시 동반 패닉을 정점으로 정점 아웃(정점 통과) 했다”고 했다. 실적 발표가 본격화하는 주 후반부터는 실적 불확실성이 걷히면서 업종 및 종목 장세가 짙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24일부터 양일간 25개 넘는 기업들이 잇달아 실적을 발표한다.
다만 1분기 실적과 함께 발표되는 향후 업황 흐름, 관세 관련 부정적 언급에 따른 2분기 추정치 조정은 증시 변동성을 확대할 수 있다. 이성훈 키움증권 연구원은 "컨퍼런스 콜(다중전화 회의)에서 업황에 대한 기업들의 톤 변화, 애널리스트들의 추정치 변화가 관세 협상에 따라 어느 정도 보수적으로 책정될지가 관건"이라고 했다.
시장의 관심은 주 후반 개최 예정인 한미 관세 협상으로 쏠린다. 한국과 미국 정부는 오는 24~25일 중 워싱턴DC에서 고위급 2+2 협상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이 미국에 관세 부담을 덜기 위해 제시할 수 있는 카드는 조선업 협력, 방위비 분담금,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사업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