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O시장 침체·심사 강화에…대형사 쏠림 강화

기업공개(IPO) 시장이 본격적인 반등 조짐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증권사들의 IPO 주관 실적은 올해도 양극화가 이어지는 모양새다. 지난해 한 건의 주관 실적도 기록하지 못한 중소형사 중 대다수는 아직까지 시동도 걸지 못하고 있다.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유안타증권, 현대차증권, 상상인증권, 한화투자증권 등의 주관 실적은 0건(스팩 제외)인 것으로 나타났다. 상장 예비심사를 청구하거나 심사를 진행 중인 기업도 없다. 이들 모두 지난해에도 한 건의 실적도 달성하지 못했다.
지난해 주관실적 0건을 기록한 SK증권의 경우 오는 23일 청약을 앞두고 있는 로킷헬스케어의 상장이 예정대로 진행된다면 우선 한 건의 주관 실적은 올리게 된다.
중소형 증권사 중에서는 대신증권, 신영증권이 점차 존재감을 키워가고 있다. 대신증권은 올해 첫 대어 LG CNS의 공동 주관사단에 이름을 올린 후 한텍과 나우로보틱스 등 4건의 추가 IPO를 도맡아 진행하고 있다. 이달 코스닥시장 상장 예비심사를 통과한 싸이닉솔루션과 지에프씨생명과학까지 더한다면 확정된 딜만 6건이다. 이 밖에 올림플래닛, 에스투더블유, 한라캐스트 등 한국거래소의 심사를 기다리고 있는 기업도 여럿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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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증권은 엘케이켐과 대진첨단소재, 쎄크, 링크솔루션이 상반기 내 기관 수요예측을 진행하는 등 본격적인 IPO 과정을 밟고 있다.
반면 대형 증권사들은 연초부터 꾸준히 주관 및 상장 실적을 쌓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기준 미래에셋증권이 올해 주관을 맡은 기업 중 7곳은 이미 상장을 완료했다. KB증권이 주관한 6곳도 증시 상장을 마쳤다. 이밖에 삼성증권 5건,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 4건 등을 기록했다.
이 같은 양극화 현상은 주관사 선정 방식 등 IPO 시장 구조를 감안하면 불가피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발행사 입장에서는 증권사의 트랙 레코드를 중점적으로 볼 수밖에 없어 경험과 네트워크가 충분한 대형사로 쏠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IPO 과정에서 거래소나 금융감독원 등 유관기관과의 협의는 핵심 업무 중 하나로, 절대적인 시간과 업무 인력이 필요한 부분이다.
여기에 최근 IPO 시장 자체에서 대형 딜 건수가 줄어든 점과 거래소의 심사 기준이 높아진 점도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대형 증권사들이 큰 딜에 집중해 중소형사는 틈새시장을 노려 작은 IPO 실적이라도 쌓을 수 있었는데 최근에는 시장이 많이 얼어붙은 데다 심사 기준점 자체가 올라가 대형 증권사들이 전략을 바꿔 중소형 딜도 많이 하고 있다"며 "발행사 입장에서는 상장이 목표기 때문에 수수료 차이가 조금 나더라도 대형사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IPO 시장이 크게 살아나지 않아 중소형 증권사들이 경쟁하기 어려운 상황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