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하진 칼럼] 무너지는 경제, 문명전환 기회 삼길

입력 2025-04-22 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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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DX재단 이사장

산업화 일군 성장시스템 한계직면
지속가능성·공공선의 가치 대두해
저탄소 실천하는 산업흐름 잡아야

프랑스의 역사인류학자 에마뉘엘 토드는 최근 저서 ‘서구의 패배’에서 서구식 민주주의, 자유시장경제, 인권 중심의 가치들이 더 이상 인류의 보편적 해법이 아니며, 오히려 위기의 근원이 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미국은 그의 분석을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사례다. 냉전 이후 단일 패권국이었던 미국은 군사력과 금융 자본으로 세계를 이끌었지만, 지금은 내부적으로는 중산층이 무너지고, 사회 통합이 흔들리며, 외부적으로는 러시아와 중국 등 여러 세력과의 충돌로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고 주장한다. 유럽 또한 독자적 철학과 정책 방향을 잃은 채 미국 전략에 종속되는 모습이라고 보았다.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위기는 매우 복합적이다. 미·중 간 패권 경쟁, 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 기후위기의 심화, 기술 변화에 따른 일자리 구조의 해체, 그리고 사회 양극화 등은 단절된 사건이 아니다. 이 모든 위기는 서로 긴밀하게 얽혀 있으며, 산업화 이후 이어져 온 성장 중심의 시스템이 구조적으로 한계에 이르렀다는 징후다. 우리가 믿고 있던 상식의 파괴가 학교, 산업현장, 시장 등 세계 곳곳에서 문제를 드러내고 있다.

이제 이러한 위기의 본질을 진단하는 것을 넘어, ‘어떻게 이 질서의 붕괴를 넘어설 것인가?’ 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대책이 필요한 때다. 그런데 오늘날의 체제는 여전히 강한 관성을 갖고 있으며, 기득권은 체제를 유지하려는 방향으로 힘을 쏟는다. 이 상황을 따라가면서 단순한 제도 개혁이나 기술 혁신만으로는 대전환을 이룬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그렇다고 이러한 위기 앞에서 좌절만 하고 있을 순 없다.

지금의 위기는 전 인류에게 내린 엄청난 위협이지만, 역사의 진화 과정을 되돌아보면 이러한 거대한 위기는 다행스럽게도 대전환을 촉진하는 기회가 되어 왔음을 보여준다.

팬데믹을 떠올려보자. 그 당시 줌(Zoom)의 사례는 극적인 변화를 보여준다. 2019년에 1000만 명이었던 가입자는 불과 1년 만에 3억 명으로 급증했고, 재택근무와 화상회의는 새로운 일상이 되었다. 당시 항공기의 운항이 60%나 감소하는 등 경제 활동이 멈췄을 때, 처음으로 탄소 배출량이 감소했다.

어쩌면 그때의 불편했던 일상이, 사실은 지속 가능한 새로운 미래의 모습을 제시한 것일지 모른다. 앞으로 우리의 삶은 지금과는 다르게 덜 생산하고 덜 쓰고 대신에 의미와 가치를 중심에 둔 새로운 소비 방식이 필요하다.

만약 소량의 조각탄소를 누구나 쉽게 감축하고, 이것이 정교하게 평가되고 보상이 주어지는 메커니즘이 디지털 플랫폼으로 작동한다면, 그래서 위기 상황을 감지한 시민들이 손쉽게 대규모로 참여할 수 있다면, 짧은 시간 안에 수십억 톤의 탄소를 감축하는 일도 가능해진다. 그러한 행동 변화를 통해 소비패턴이나 인식의 변화를 경험할 수도 있다. 이러한 극적인 반전은 문명적 대전환을 가능하게 하는 유일한 방법일지 모른다.

이제 우리는 묻고 행동해야 한다. 성장보다 지속가능성, 경쟁보다 협력, 시장보다 공공선을 중심에 두는 전환의 철학을 어떻게 구현할 것인가? 그리고 그 변화를 누구와 함께 만들어 갈 것인가? 답은 국가나 영웅이 아닌, 수많은 시민, 바로 우리 자신이다. 저탄소 소비를 실천하며, 새로운 윤리를 만들어 가는 개인들. 이들이 모여서 함께 뛰어야만 고장 난 체계를 넘어설 수 있다.

혁명적 기술은 우리 삶의 인식과 방법 그리고 문화까지 송두리째 바꾸는 전환을 촉진한다. 증기기관, 인터넷, 스마트폰 등이 그러한 기술이다. 이제 기후테크 제품 및 서비스가 기후위기 극복에 기여하고, 새로운 문명으로 나아가는 길을 열게 될 것으로 확신한다.

기후위기는 단지 환경의 위기가 아니다. 6차 대멸종과 대전환의 갈림길에 서 있는 인류에게 주는 마지막 경고이자 기회다. 이것은 인류에게 묻는 문명적 질문이다. 무너지는 질서 위에, 새로운 시대를 설계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잡을 것인지 아니면 이대로 파국을 맞을 것인지 이제 그 선택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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