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GM글로벌 공급망 활용 기대
도요타와 수소차 생태계 구축
BMW·테슬라와도 공조 확대
단순한 기술교류 넘어 생존해법
글로벌 모빌리티 산업이 ‘코피티션(Coopetition, 협력과 경쟁의 합성어)’의 전초기지로 급부상하고 있다. 인공지능(AI), 자율주행, 전동화 전환 등 기술 격변기 속 완성차 기업의 생존 해법으로 경쟁자와의 동맹 능력은 새로운 ‘무기’가 됐다. 미국의 보호무역 강화와 에너지 패권 재편, 글로벌 통상 불확실성 가운데 현대자동차그룹은 글로벌 ‘빅3’ 위상에 걸맞게 제너럴모터스(GM), 도요타 등과 손잡고 글로벌 공급망·생산 전략을 재정비 중이다.
22일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호세 무뇨스 현대차 사장은 이달 뉴욕 국제 오토쇼에서 “GM과 정기적으로 만나고 있고 지금까지 논의가 긍정적이었다”면서 “모든 것이 준비되면 상세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GM과 포괄적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한 이후 다방면에서 협력방안을 논의하고 있는 진행과정을 설명한 것이다. 당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메리 바라 GM 회장은 승용차 및 상용차 공동 생산 및 수소 분야에서 협력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현대차그룹은 미국 조지아주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준공으로 관세 물량 부담을 덜었지만 여전히 영향권 아래 있다. 미국내 11개 생산시설을 갖춘 GM 생산시설을 활용해 현지 생산을 늘리면 관세 부과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기존 멕시코·캐나다 생산분의 미국 수출 물량 감소에 따른 유휴 생산능력을 상호 공유해 가동률 저하를 방어할 수도 있다. 김귀연 대신증권 연구원은 “공급 체인을 활용한 규모의 경제 및 글로벌 공급망 활용이 쉬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북미 시장에서 전기차 밴과 픽업트럭 모델을 공유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현대차가 전기차 밴을 GM에 제공하고 GM은 중형 픽업트럭을 현대차에 제공하는 방식이다. GM은 노후화된 내연기관 밴을 대체할 전기 밴이 필요한 상황이다. 반대로 현대차는 북미시장에서 상대적으로 진입이 어려웠던 픽업트럭과 밴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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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는 일본 도요타와의 협력도 강화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정 회장은 도요다 아키오 도요타그룹 회장과 경기 용인 에버랜드 스피드웨이에서 열린 레이싱 페스티벌에서 만나 수소차 협력을 논의했다. 양사는 수소차 시장에서 점유율 1~2위를 다투는 경쟁자지만 산업 생태계 구축을 위해 시장 규모를 키워야 한다는 데 공감하고 있다.
현대차는 BMW와 수소연료전지차(FCEV) 기술 개발 협력을, 중국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기업 하오모와 자율주행 기술을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테슬라와는 북미 전기차 충전 인프라를 협력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계열사 현대트랜시스는 스텔란티스, 폭스바겐에 변속기 공급 협력을 확대했다.
모빌리티 분야는 코피티션이 가장 활발하게 나타나고 있는 산업 중 하나다. 이동수단인 자동차에 인공지능(AI)과 자율주행 등 각종 첨단장치가 들어가고 도심항공교통(UAM) 등 차세대 이동수단으로 영역이 확장하고 있다. 화석연료에 이어 전기, 수소로 이어지는 에너지 헤게모니 이동도 모빌리티의 코피티션을 부추긴다. 특히 미국의 관세 정책이 완성차 기업들의 동맹 확장을 재촉하면서 코피티션이 위기 속 돌파구이자 새로운 산업 표준모델로 자리잡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는 경쟁사와의 협력으로 △수소차 생태계 구축 △글로벌 변속기 시장 점유율 확대 △중국 전기차 현지화 △관세리스크 대응 등 다각적인 목표를 달성하고 있다”며 “특히 현대차의 협업은 단순한 기술 교류를 넘어 지역별 규제와 시장 수요에 적응하는 전략적 토대가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